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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혁신·비전은 없고 방탄·사당화 논란만 무성한 민주당 전당대회

송고시간2022-08-17 13:45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제주 합동연설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제주 합동연설회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둘째 날인 7일 제주시 난타 호텔에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당 대표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8.7 atoz@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기소 시 당직을 정지하는 당헌 80조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 80조 1항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당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위한 '방탄용 위인설법', '이재명 사당화의 신호탄'이라는 비판부터 '여당용 당헌과 야당용 당헌이 따로 있는 것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자 비대위가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게시판에 올라온 당헌 개정 청원에 약 7만 명의 당원들이 동의하는 등 찬성 목소리도 거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준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전날 회의가 끝난 뒤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 탄압을 위해 무작위로 기소될 위협도 충분하다고 본다. 기소만으로 당직이 정지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친이재명계인 양이원영 의원도 "검찰이 세상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벌거벗은 칼날을 휘두르는 지금, 최선은 방어"라고 말했다.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시키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비춰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개정 논의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점과 상황이다. 굳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그것도 유력 후보인 이 의원과 관련한 수사가 여러 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당헌 80조가 만들어진 2015년에도 민주당은 야당이었고, 소속 의원 20~30명이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조항을 당헌에 추가한 것은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도덕적 우위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개정 찬성론자들은 '검찰 공화국'이 된 지금은 2015년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부가 검·경을 총동원해 정치 보복에 나서고 있으니 정당방위 차원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헌에도 구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헌 80조 3항은 '제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당한 정치 탄압으로 판단할 경우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개정에 대한 의견 표명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갖는 유력 후보에 대한 충성심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비치는 이유이다.

더 큰 문제는 수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대했던 혁신과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방탄 당헌 개정, 사당화와 같은 정치공학적 용어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부터 올해 대통령 선거, 6·1 지방선거까지 연전연패한 민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새 지도부 구성에 나선 것은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일 텐데 친명·비명의 계파 싸움에 난데없는 당헌 개정 논란까지 불거졌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컨벤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전당대회에 비호감 요소까지 하나 더 얹혔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권력 다툼으로 아수라장이 된 국민의힘에서는 그래도 개혁을 촉구하는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데 민주당에서는 그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 좋은 야당이 좋은 정부를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바닥으로 치닫자 민주당도 쇄신을 내팽개친 듯하다. 적당히 안주하며 기다리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믿음이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자기희생과 기득권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두 당 중 하나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구도가 고착화한 현실이니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말만 계속하면 집권 여부와 관계없이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 조사에서 그동안 별로 한 일이 없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질렀다. 상대방의 실패에 기대 정권을 주고받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정부와 여야 모두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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