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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양성원 "연주자 맥박 없으면 첼로는 그냥 나무통이죠"

송고시간2022-08-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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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15년 만에 재녹음

"음악은 삶의 초상화…추구하는 삶 음악에 고스란히 드러나"

첼리스트 양성원
첼리스트 양성원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모든 악기 연주자들의 목표는 악기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이번 앨범은 인간의 목소리를 더 닮은 연주를 위해 매일 연습한 과정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첼리스트 양성원(55)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앨범을 발매했다.

음반제작사 유니버설뮤직은 첼리스트 양성원의 연주 앨범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을 23일 발매했다고 이날 밝혔다.

양성원은 9월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통영(25일), 대전(27일), 서울(29일) 등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도 연다.

양성원은 23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이란 인생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며 "내 음악 활동을 장편소설이라고 한다면 소설의 챕터마다 하나의 앨범이 기록물로 남는다고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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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 음악원에서 필립 뮬러를,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를 사사한 양성원은 진지하고 안정적인 연주로 주목받아온 첼로 연주자다.

양성원은 2007년 음반사 EMI를 통해 베토벤 전곡 연주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15년이 지나 베토벤을 다시 녹음하게 된 이유에 대해 "베토벤은 연주할수록 내면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 앨범을 녹음한 뒤에도 베토벤은 여러 차례 연주했죠. 그 과정에서 내면적으로 제 뿌리가 더 깊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소나타와 제가 더 가까워지고 곡들과 저 사이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껴 다시 녹음했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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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5년이 흘렀지만 베토벤 연주는 쉬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혹독해졌다"고 한다. "첫 번째 녹음은 사실 잘 모르고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연주는 아는 만큼 더 혹독하다"고 말했다.

"첫 녹음은 잘하려고 했죠. 하지만 잘하려고 하는 것과 그야말로 혼을 담는 작업은 전혀 다릅니다. 이상을 추구하면서 녹음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렸고,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녹음할 때 강철(스틸) 현과 거트 현(양의 창자로 꼬아서 만든 현)을 반씩 섞은 첼로를 사용한 것도 15년 전과 달라진 점이다. 거트 현은 강철에 비해 더욱 섬세한 연주가 가능한 대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관리가 어렵다.

15년 전에는 강철 현으로만 이뤄진 첼로로 연주한 양성원은 "강철 현은 소리에 더 힘이 있지만 색채는 단순하다"며 "이번에는 전부 거트 현을 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관리가 까다로워 녹음 시간을 두 배로 잡아야 해서 반씩 쓰는 걸로 타협했다"고 설명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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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살에 처음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 만 55세가 된 양성원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꾸준히 운동을 한다. 연주 과정에 얻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더욱 생생한 연주를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베토벤, 바흐의 곡에는 당시 민속 음악의 흔적이 담겨있어요. 크게 보면 민속 춤과도 닮아있고, 춤을 출 때 몸의 리듬이 음악 속 리듬과도 연관돼 있죠. 첼로를 연주할 때도 맥박이 흘러야 하거든요. 그 안에 건강한 맥박이 느껴지지 않으면 첼로는 아무것도 아닌 작대기와 나무통일 뿐이에요. 이런 맥박을 담는 데 운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 연세대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양성원은 학생들에게 악기 연주가 전부가 아닌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연주자가 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제자들에게 콩쿠르를 굳이 나가라고 말하지도 않고 콩쿠르에 나가도 준비를 더 신경 써서 해주지도 않아요.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선 삶을 더 넓히고 깊이를 추구하라고 제 스승에게 배웠기 때문에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첼리스트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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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식가로도 알려진 양성원은 "음악은 본인의 초상화고 추구하는 삶이 음악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대, 20대 때의 연주는 연습의 결과물이었다면, 40대 이후의 연주는 매일의 삶이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음악 인생이라는 장편소설이 어느 정도 왔을지는 모르지만, 이번 앨범 이후로 소설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겠죠."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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