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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 수확 시작했는데'…이른 추석·쌓인 재고에 한숨짓는 농가

송고시간2022-08-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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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비룟값 등 영농비 치솟아도 쌀값은 뚝…햅쌀 가격 영향 우려

수매가 결정 앞두고 농가·농협 한목소리 "정부가 적극 개입하라"

쌀값 폭락…정부 대책 마련하라
쌀값 폭락…정부 대책 마련하라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4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쌀값 보장! 영농비 반값 지원! 밥쌀 수입 중단!' 강원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8.24 yangdoo@yna.co.kr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올해도 풍년이 들 것 같은데 도무지 흥이 나질 않습니다. 지금 농민들은 창고를 비우려고 거의 덤핑으로 구곡(2021년에 수확한 쌀)을 업자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추석을 보름여 앞둔 24일 강원 대표 곡창지대인 철원평야는 점차 누런 가을옷을 갈아입고 있지만, 농민들은 흥겨운 풍년가 대신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난해 수확한 쌀이 아직 창고에 쌓여 있는데 쌀값은 계속 떨어져, 햅쌀을 채워 넣으려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재고를 팔아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차례상에 올릴 쌀 수확이 한창인 이때 쌀 가격을 잡지 못한다면 재고에 이어 햅쌀까지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곧 추석인데…쌓여있는 쌀 재고
곧 추석인데…쌓여있는 쌀 재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강원 쌀 재고 1만t…영농비 치솟아도 쌀값은 폭락

농협 강원지역본부(강원농협)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도내 쌀 재고량은 1만1천630t이다.

이는 농협이 보유한 쌀만 집계한 수치며,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강원 전농)은 농가가 보유한 쌀 재고량이 1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석을 눈앞에 두고 햅쌀이 생산되는 상황에서 재고는 곧 가격 하락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쌀 20㎏ 도매가격은 4만6천400원으로 1년 전 5만9천원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강원 전농은 전국 산지 쌀값이 4만3천원 아래로 떨어져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묵은쌀이 헐값이 되면서 농민들은 올해 쌀값이라도 제대로 받길 기대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햅쌀과 지난해 쌀 가격 차이가 크다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것을 찾게 돼, 결국 햅쌀값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올해 영농비는 치솟았는데 쌀값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철원 민통선 안에서 쌀농사를 짓는 장모(52)씨는 "비료, 면세유, 인건비 등은 물가 인상과 함께 치솟았는데 햅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면 이는 곧 농사를 포기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햅쌀
쏟아지는 햅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농민 소득 지켜야 하는데…' 수매가 결정 두고 고민 깊은 농협

햅쌀 수확을 시작하면서 벼 수매가를 결정해야 하지만, 농민 소득 보전과 조합 존립 사이에서 농협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철원지역 벼 수매가는 평균 2천30원이었다. 도정하지 않은 벼 1㎏을 농가로부터 2천30원을 주고 샀다는 뜻이다.

농민들은 올해 수매가를 영농비 증가분을 최소한으로 반영해 2천100원 선으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햅쌀 가격이 지난해만 못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농협이 농가 소득을 지키고자 이를 수용한다면 조합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강원농협은 올해 쌀값 폭락에 따른 양곡 부문 적자를 최대 15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중 철원지역에서만 100억원가량 적자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농가 소득만 생각해서 수매가를 후하게 쳐줬다가는 자본잠식이 발생해 조합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적자 누적은 철원군 내 미곡종합처리장(RPC) 4곳의 통폐합을 앞당겨 현재 60% 선을 지키고 있는 벼 수매 비율을 낮추게 되고, 이는 곧 농가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철원지역 RPC들은 경기 여주와 이천의 수매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통 여주와 이천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매가를 정하고 철원은 이에 따라 가격을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한 RPC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서로 눈치를 보느라 수매가를 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수매가가 정해지지 않으면 산지 쌀값의 90% 수준으로 우선 지급금을 농민에게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햅쌀 추수하는 농민
햅쌀 추수하는 농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 농민·농협 한목소리…"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쌀 재고가 햅쌀값을 끌어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농가와 농협은 입을 모아 정부의 빠르고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시장격리용 벼 다량 매입으로 공급을 줄여 가격을 지키라는 요구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작년산 쌀 과잉공급분 27만t을 두 차례에 걸쳐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했지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지난달 20일부터 10만t을 추가 매입하고 있다.

농민들은 적어도 지난해 10월부터 시장격리 조치를 단행했어야 한다며 늑장 대응이라는 견해다.

나아가 물가 안정을 핑계로 농산물 할인쿠폰을 뿌려 쌀값 하락을 수수방관하고, 최저가 입찰로 시장격리를 시행해 폭락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며, 재고미 전량 수매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농협 역시 농가 소득 안정과 조합 적자 폭 감소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원 전농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세계가 깨닫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쌀밥과 김치가 자존심인데 이를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전국 농민들은 쌀 시장격리와 농업 생산비 보전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자 오는 29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대형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알곡 여무는 가을
알곡 여무는 가을

[연합뉴스 자료사진]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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