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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자치주 70년] ①인구 줄고 해외로 떠나며 '정체성 위기'

송고시간2022-09-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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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3성 집중됐던 조선족, 中내륙과 한국 등으로 떠나

중국어 우선 표기 정책 등에 한족화 우려도 커져

조선족 학교·학생 수 급감 등으로 민족교육도 위기

[※ 편집자 주 = 9월 3일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창립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통적으로 동북 3성에 밀집해 거주하던 조선족은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고 중국 내륙과 한국, 일본 등으로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구 감소와 차세대의 한족화 등 정체성 위기도 겪고 있습니다. 자치주 창립 70주년을 맞아 조선족 사회의 변화를 짚어보고, 자치주로서 연변의 정체성 유지, 발전 전망 등을 다루는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한국어 간판 빼곡한 중국 옌지
한국어 간판 빼곡한 중국 옌지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옌지의 한 건물 전체를 뒤덮은 한글 간판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9세기부터 한반도에서 이주해 동북 3성에 밀집해 거주하던 조선족들은 대륙에 불어닥친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고 중국 내륙도시와 한국, 일본 등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했다.

이로 인해 조선족의 활동 무대는 크게 넓어졌지만, 초창기 자치주 내 70%를 차지하던 조선족 비중이 지금은 30%로 떨어져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조선족 정규학교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차세대의 한족(漢族)화도 심해져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존속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하고 있다.

◇ 조선족, 동북3성에서 내륙과 해외로 뻗어나가

중국의 행정구역은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22개 성, 2 개 특별행정구로 이뤄졌다. 자치주는 성의 하급 단위로, 중국 전역에는 30개의 자치주가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내 자치주인 '옌볜조선족자치주'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교차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은 4만3천509km²로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도를 합친 것보다 크다.

중국 조선족은 옌볜조선족자치주를 중심으로 헤이룽장(黑龍江)성, 랴오닝(遼寧)성 등 주로 동북 3성에 거주해왔다.

조선족의 형성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후손들로 보는 견해에서부터 명·청 교체기인 17세기에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는 시각 등 여러 설이 있다.

하지만 19세기 이전 이주자는 이미 중국에 동화돼 역사적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추적이 가능한 19세기 구한말부터 조선족 이주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60년대부터 기근과 수탈을 피해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주 초기에는 국경 인근의 벼농사가 유리한 지역으로 이주가 시작됐다. 국경을 바로 넘을 수 있는 평안·함경도 출신이 건너와 옌볜 등에 자리 잡았다. 이후 경상·전라도 등에서 온 이들은 더 북쪽으로 올라가 헤이룽장(黑龍江)성 등으로 이주했다.

1907년 7만여 명이었던 조선족 규모는 1945년 216만여 명으로 늘었다. 해방 후에는 절반가량 한반도로 귀향하면서 112만여 명으로 줄었다.

이후 다시 꾸준히 증가해 2000년에 192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줄곧 감소해 중국 내 조선족 규모는 현재 170만 명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1952년 9월 3일 옌볜 지역을 '조선족자치주'로 지정하고 고유의 언어와 풍습을 허용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 조선족 민속원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 조선족 민속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선족 사회는 1970년대까지는 농촌 등 마을에 기반을 둔 '밀집형 지역공동체'였다.

하지만 개혁개방과 한중수교를 계기로 탈농촌과 도시화, 내륙 도시 및 해외 진출 등의 추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네트워크 공동체'로 바뀌고 있다.

현재 170만 조선족의 중국 내 분포를 보면 베이징 등 수도권 8만, 칭다오(靑島) 등 산둥(山東)성 20만, 상하이 5만, 광둥(廣東)성 4만 등 동북 3성을 제외한 지역에 37만 명이 산다.

해외로도 대거 빠져나가 한국에 70만여 명, 일본에 8만여 명, 미국과 유럽 등 기타 지역에 5만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륙도시나 해외로 이주하더라도 고향에 가족 일부가 남아 있으면 주소지를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인구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옌볜조선족자치주 등 전통적 집거지인 동북 3성을 벗어나 사는 인구가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다.

◇ 조선족 이탈에 자치주 지위마저 '흔들'

2020년 기준으로 옌볜조선족자치주 인구 194만 명 가운데 조선족은 59만7천여 명으로, 비중이 30%가량에 불과하다.

자치주 성립 초기인 1953년에는 70%가량 차지했던 조선족 비중이 70년 동안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30%가 안 됐던 한족 비중은 66%까지 늘었다.

조선족 비중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한국으로의 이주다. 현재 재한 조선족은 70만 명을 넘어섰다. 옌볜자치주 내 조선족보다 더 큰 규모다.

조선족 비중이 30%를 밑돌면서 자치주 지정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국 정부가 1993년 발표한 조례에 따르면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야만 '민족향(鄕)' 설립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향은 자치주보다 작은 단위로, 현재 자치주 관련 규정은 없다.

다만 자치주보다 윗급인 자치구를 보면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경우 몽골족 비중이 17.66%에 불과하지만, 아직 자치구 폐지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70만 재한 조선족의 집중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70만 재한 조선족의 집중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현재 조선족의 최대 거주지는 옌볜조선족자치주가 아닌 대한민국이다. 조선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앙시장 일대 풍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는 지난 7월 25일 '조선 언어문자 공작 조례 실시세칙'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 세칙은 국가기관·기업·사회단체·자영업자들이 문자를 표기할 때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하되, 중국어가 앞에 나오도록 했다.

이전에 제작돼 세칙에 부합하지 않는 현판과 광고 등 모든 표지판은 교체해야 한다.

이에 한글이 앞쪽에 쓰인 간판 일색이던 자치주 주도 옌지(延吉)가 점점 조선족 특유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동포타운신문의 김정룡 대표는 "조선족자치주의 상징 중 하나였던 한글 표기가 뒤로 밀린 것은 자치주의 위상이 약화한 탓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국가 통합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치주 해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표성룡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은 "조선족은 중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고유 언어와 문화를 가장 잘 지켜왔고, 문맹률도 가장 낮고, 대학 진학률은 제일 높아 어디에 살아도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왔다"며 "조선족자치주의 존재는 조선족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이기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제도적으로 자치주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속도를 보면 자치주로서 실질적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인구 감소·중화주의 대두에 민족교육도 '위기'

베이징 정음우리말학교와 도쿄 샘물학교
베이징 정음우리말학교와 도쿄 샘물학교

조선족 주말학교인 중국 베이징 정음우리말학교(좌측)의 수료식과 일본 도쿄 샘물학교의 민족예절 수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조선족 공동화 현상으로 조선족 학교가 80% 이상 줄면서 민족교육도 위기에 처했다. 인구 감소와 이주 탓에 학생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옌볜조선족자치주의 학생신문인 조선족중학생보에 따르면 1990년대 초만 해도 동북 3성에 1천500여 개 조선족 중고등학교와 40만 명의 학생이 있었으나, 2015년에는 학생 수가 2만3천여 명으로 급감했다.

더구나 근래에 중국 내 소수민족의 자치권보다 중화 민족주의와 국가통합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민족교육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2020년부터 중국 교육 당국은 일선 학교에 중국어, 도덕과 법치, 역사 과목 등의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바꾸고, 수업도 중국 표준어로 하도록 했다.

옌볜자치주를 비롯해 동북 3성 조선족 학교는 수업을 조선어로 해왔는데, 조선족 학생이 줄고 한족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중국어 수업 과목이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중학생보 등에 따르면 조선족 학교 교재도 자치주가 발행한 조선어 교재가 아닌, 중국어 교재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8월 중앙민족공작회의를 열어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고, 국가통일과 민족단결을 지키는 사상적 만리장성을 구축해야 한다"며 "민족 분열의 독소를 숙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민 재한조선족교사협회장은 "한족 학생이 더 많은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민족교육이 위축되고 있다"며 "더구나 조선족 부모들이 교육 환경이 더 좋은 한족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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