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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잣나무 숲을 지나 솔바람 속으로

송고시간2022-10-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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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숲의 매력이 짙은 '한가터∼관음사 길'

(원주=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강원도 원주에 있는 치악산은 명산인 동시에 시민들에게 친숙하다. 뱀에게 먹힐 위험에 처한 꿩을 구해준 나그네가 그 꿩의 보은으로 목숨을 구한다는 옛이야기의 무대인 치악산을 모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치' 떨고 '악' 쓰며 오른다고 할 정도로 가파르다. 험준하지만 국립공원 중 북한산을 제외하곤 어느 곳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인구가 밀집한 원주 시가지에서 가깝고, 걷기에 그리 힘들지 않은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어서다.

한가터 길 잣나무 숲[사진/조보희 기자]

한가터 길 잣나무 숲[사진/조보희 기자]

◇ 시민에게 가까운 치악산 둘레길

치악산 외곽을 시계 방향으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둘레길은 모두 11개 코스, 139.2㎞에 달한다. 원주시, 횡성군, 영월군 등 3개 시, 군을 경유하나 약 100㎞가 원주시 경계 안에 있다.

이 중 11코스인 한가터 길과 1코스인 꽃밭머리 길은 시민들이 특히 즐겨 걷는 곳이다. 원주 혁신도시에서 가까워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가볍게 탐방하는 시민이 많다. 11코스는 1코스와 이어진다.

한가터 숲길 입구[사진/조보희 기자]

한가터 숲길 입구[사진/조보희 기자]

11코스와 1코스 중 잣나무 숲과 소나무 숲이 아름답고, 광활한 원주 벌이 내려다보이는 한가터∼국형사∼관음사 길을 걸었다. 거리는 5~6㎞. 오르막에서는 길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조성돼 있어 편안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한가터 주차장을 지나 만나는 잣나무 숲은 웅장하고 청정했다. 잣나무들은 꼭대기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줄기가 높고 굵직했고, 적당한 간격으로 심겨 있었다.

맨발걷기 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사진/조보희 기자]

맨발걷기 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사진/조보희 기자]

잣 산지로 유명한 홍천, 춘천, 가평에서 잣나무 숲을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숲들이 대부분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울창한 잣나무 숲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한가터 길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잣나무 숲을 지나면 싱그러운 활엽수림이 길손을 반긴다. 평일 낮인데도 둘레길을 오르내리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를 정답게 보내오는 탐방객들에게서 고고한 치악산에 어울리는 품격이 느껴졌다.

한가터 길은 신라 시대 창건된 천년고찰 국형사에서 끝난다. 조선 태조가 동악신(東岳神)을 봉안하고 인근 고을 원들이 제향을 올려 국태민안을 빌었던 제단인 동악단이 국형사에 있다. 조선 초 풍수에 능했던 무학대사가 지칭한 오악(五岳)은 치악산(동악), 황해도 구월산(서악), 평안북도 묘향산(북악), 지리산(남악), 계룡산(중악)이다.

맨발걷기를 위해 벗어놓은 신발[사진/조보희 기자]

맨발걷기를 위해 벗어놓은 신발[사진/조보희 기자]

국형사에서 시작되는 꽃밭머리 길에는 소나무 숲이 그윽했다. 솔바람 숲길에는 맨발로 걷는 길이 조성돼 있었다. 맨발 걷기 길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족욕장과 쉼터도 있었다.

노년의 여성 두 분이 소나기 속에 맨발로 걸으며 짓는 표정이 유쾌해 보였다. 길을 안내해 준 김남석 한국걷기협회 이사와 구형숙 걷기운동 강사는 한가터 길과 꽃밭머리 길에서는 치악산 깊은 숲의 참멋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덤으로 잣나무, 소나무, 활엽수 등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꽃밭머리 길은 천태종 사찰 성문사, 또 다른 고찰인 관음사와 이어진다. 카페촌을 지나고 마을 안길도 걷게 되는데 길 가는 중에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는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명상의 세계로 이끄는 듯하다.

꽃밭머리 길에서 만나는 카페촌[사진/조보희 기자]

꽃밭머리 길에서 만나는 카페촌[사진/조보희 기자]

관음사에는 세계 최대의 염주인 통일기원 108 대염주가 봉안돼 있다.

이 염주는 재일교포 3세인 임종구 씨가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분단된 조국의 평화통일 염원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로 알려진 아프리카산 부빙가 나무로 제작된 이 염주는 지름 74㎝, 무게 240㎏의 모주 1개와 지름 45㎝, 무게 45㎏의 나머지 염주로 구성돼 있다. 전체 무게가 7.4t에 이른다.

이보다 약간 규모가 작은 염주 1벌이 대염주와 함께 놓여 있었다. 임씨는 큰 염주 3벌을 만들어 남·북한, 일본 사찰에 한 벌씩 봉안하길 원했다. '생각하는 구슬'에 맺힌 염원의 무게가 무겁게 다가온다.

치악산 둘레길은 코스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2코스 구룡길은 치악산 주봉인 비로봉(1,288m)으로 올라가는 탐방로와 연결된다. 9코스는 길가에 늘어선 자작나무가 치악산 숲의 운치를 더한다.

10코스 아흔아홉골길은 낙엽송이 군락을 이뤄,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낙엽송과 붉은 단풍이 멋지게 어울린다.

관음사 108 대염주[사진/조보희 기자]

관음사 108 대염주[사진/조보희 기자]

◇ 걷기의 '메카', 원주

원주에는 치악산 둘레길 말고도 원주굽이길이라는 도보여행 길 360.7㎞가 조성돼 있다. 원주 중심부에 있는 봉화산을 기점으로 시계 반대 방향을 그리며 시 일원을 한 바퀴 반 도는 이 길은 16개 주 코스와 9개의 원점회귀 코스로 이뤄졌다.

등산로, 임도, 둑길, 물길. 샛길, 옛길, 마을 길 등 기존 길들을 연결하고, 새 길도 내고 다듬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원주에는 걷기 관련 교육과 행사가 다양하다. 1996년 국내에서 처음 국제걷기대회가 열린 곳이 원주다.

치악산 둘레길 140㎞ 챌린지, 원주 나이트워크 챌린지, 원주사랑 클린워킹, 에코힐링 숲속 맨발걷기, 걷기지도자 자격(2급) 교육, 원주시걷기여행길 함께 걷기 등 적지 않은 행사가 올 하반기에 이미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걷기 좋은 자연환경과 길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고, 걷기를 격려하는 프로그램이 풍성한 원주는 건강 도시, 걷기의 '메카'라 할만하다.

한가터 길에서 내려다본 원주시[사진/조보희 기자]

한가터 길에서 내려다본 원주시[사진/조보희 기자]

◇ 걷기 문화 '업그레이드'와 올바르게 걷기

걷기 인구가 증가했지만, 그 속도만큼 걷기 문화가 향상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김남석 이사는 안타까워했다. 무작정 많이 걷거나 빨리 걷지 말고 올바른 걸음걸이로 걸어야만 진정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걷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근막교정 트레이너인 구형숙 강사는 노화로 무릎이 아픈 경우에도 다리,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면 관절 통증을 완화하면서 걷기를 즐길 수 있다며 걷기와 근육 강화 운동의 병행을 강조했다.

잣나무 숲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나온다.[사진/조보희 기자]

잣나무 숲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나온다.[사진/조보희 기자]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0년 마련한 '한국인을 위한 걷기 지침'에 따르면 올바른 걷기 방법은 ▲(시선) 10∼15m 전방을 향한다 ▲(팔)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든다 ▲(몸) 곧게 세우고 어깨와 가슴을 편다 ▲(엉덩이) 심하게 흔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다리) 11자로 무릎이 스치는 듯한 느낌으로 걷는다 ▲(체중) 발뒤꿈치를 시작으로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이동시킨다 등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들수록 올바르게 걸으려고 노력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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