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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사 오는 한남동…언덕 끝 도깨비시장은 '딴 세상'

송고시간2022-09-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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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 재정비 촉진 구역' 지정 뒤 줄줄이 폐점…"서민 위한 정치 해달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도깨비시장 입구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도깨비시장 입구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한남3 재정비 촉진구역에 속한 도깨비시장 입구.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현재는 우사단길 끝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22.9.05 newsjedi@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이런 걸 봐야 하는데…이런 데까지 찾아오겠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부터 언덕을 구불구불 오르다 보면 나오는 우사단길. 그 끄트머리에는 문을 연 가게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한남동 도깨비시장이 있다.

시장 초입에서 한 평 남짓한 담배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84)씨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이야기에 골목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조씨는 "아흔 네 살인 남편을 간호해야 하는데, 담배가 하나도 안 팔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5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1960년대에 생겨난 도깨비시장은 19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다 2003년 한남동이 뉴타운 예정지가 되고 2009년 시장 일대가 '한남3 재정비 촉진구역'(한남3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38만㎡ 이상 규모인 이곳에는 2024년까지 5천816가구가 살 공동주택 197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통령이 조만간 한남동 관저 생활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딴 세상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해 온 김모(75) 씨는 "내가 한남동 산다고 하면 다들 부자 동네 사는 줄 안다"고 자조했다. 그는 "탤런트 줄줄이 살고 이제 대통령까지 산다는데, 여기만 '거지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가게 문을 열어도 개시를 못 하고 그대로 문을 닫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이곳이 생활 터전이라 매일 언덕길을 오른다.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길 형편도 못 된다. 그는 "우리 생활 터전이 없어지는 건데 이사비만 준다는 말도 있다. 살 수 있는 곳이라도 작게 마련해주면 좋겠는데,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한숨 쉬었다.

도깨비시장 옷가게 내부
도깨비시장 옷가게 내부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30년 넘은 김씨의 옷가게 안에 알록달록한 옷이 진열돼있다. 안쪽으로 김씨가 단골들과 담소를 나누곤 했던 마룻바닥이 보인다. 2022.9.05 newsjedi@yna.co.kr

식료품점을 하는 정모(73)씨의 얼굴에도 그늘이 가득했다. 한때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붐빈 시장이 이젠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정씨는 이곳이 어느새 '전설의 고향'이 됐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 1일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보낸 보상계획 안내문을 받았지만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보상해주겠다는 말에 하도 속아서 이번에도 될까 의심스럽다. 재개발을 한다, 안 한다 얘기만 무성해서 손님만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쪽파를 다듬던 식료품점 사장 전모(74) 씨는 재개발 조합에서 받은 우편물을 꺼내 보여줬다. 흰 봉투 위엔 '대한민국 최고의 明堂(명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명당' 자리에서 전씨는 "끝을 봐야 해서 남아있는 거지, 지금 하는 건 장사도 아니다"라고 씁쓸히 말했다.

마트 사장 김정자(70) 씨는 손님이 끊겨 1년째 월세와 전기세 내기도 빠듯한 생활을 이어왔다. 단수 압박이 들어와 최근 겨우 수도세를 냈다. 한국전력에선 밀린 전기세를 내라는 독촉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

김씨는 "이 심정은 안 겪어보면 모른다"며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알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도깨비시장 식료품점 모습
도깨비시장 식료품점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37년 된 전씨의 식료품점 모습. 2022.9.05 newsjedi@yna.co.kr

newsje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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