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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제발 피해 없길…" 수확기 맞은 과수 농가 '초긴장'

송고시간2022-09-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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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평택·이천 과수농가, 낙과 피해 최소화 위해 종일 점검·보강

(안성·평택·이천=연합뉴스) 이우성 최해민 기자 =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태풍이라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방풍망 점검 중인 이건호 씨
방풍망 점검 중인 이건호 씨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서 3만㎡ 규모의 과수원에서 배 농사를 짓는 이건호 씨는 시설물을 점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부터 농장에 나와 늘어진 가지에 받침대를 세우느라 분주했다.

가지가 늘어져 있으면 그만큼 배나무가 바람에 많이 흔들려 낙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일이 받침대를 세워 지지력을 보강해줘야 한다.

출하하는 배의 60%를 수출하는 이씨는 수확 시기를 이달 말로 정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북상 중인 태풍이 '역대급'이라는 예보에 더 걱정이다.

이씨는 "아무리 남부지방으로 상륙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력한 태풍이라고 하니 많이 우려된다"라며 "3년 전에도 태풍이 왔을 때 20% 정도 낙과 피해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제발 별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하기 위해 온종일 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도읍 양기리에서 1만6천㎡ 정도의 배 농장을 운영 중인 강봉수 씨도 방풍망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바람으로 인한 낙과를 막기 위해 방풍망 두 겹을 이어 3.5m 높이로 설치한 상태다.

방풍망을 이어붙인 강봉수씨 배 농장
방풍망을 이어붙인 강봉수씨 배 농장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씨는 "우리 농장은 성장 촉진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매년 10월 수확하고, 저장고에서 숙성시킨 후 연말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순차적으로 출하한다"며 "아직 하나도 못 땄는데 태풍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봤을 때 초속 15m 이상의 태풍이 불면 분명히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번에 수도권에는 초속 20m가량의 바람이 분다고 하니 아무래도 어느 정도는 피해가 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평택시 죽백동에서 1만㎡의 밭에서 배 농사를 짓는 권흥주 씨도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방풍망을 점검하고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절반 정도는 수확해 출하했지만, 아직 농장에는 절반가량의 배가 달린 상태다.

권씨는 명절 후 수확할 예정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태풍에 걱정이다.

권씨는 "올해는 인건비와 자재비가 올라 농업경영 비용은 커졌는데 경매 시세는 작년보다 30% 정도 떨어져 농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게다가 역대급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낙과 피해를 보지 않을까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주산지인 안성·평택에서는 930여개 농가가 1천200여㏊에서 연간 2만5천여t의 배를 생산한다.

강봉수 씨 배 농장
강봉수 씨 배 농장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내 최대 복숭아 주산지인 이천시에서도 태풍 상륙을 앞두고 농가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장호원읍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걸재 씨는 "주말부터 며칠째 서둘러 추석 물량을 수확해 저장고에 넣어뒀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낙과될 걸 알지만 안 익은 걸 미리 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수확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

그는 "31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지만, 가뭄 이어 폭염과 태풍까지, 올해처럼 날씨가 안 좋은 해는 없었다"며 "올해는 수확량이 예년보다 30%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복숭아 농사를 짓는 백광현 씨도 "장호원 황도는 수확 적기가 9월 20일 전후여서 지금 한창 몸집을 키우고 있는 시기인데 태풍 피해가 적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8월 한 달 동안 잦은 비로 낙과도 많고 병해충 피해도 커 추석 출하 물량을 거의 수확하지 못했다. 열흘만 있으면 다 익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경기동부 원예농협 허환 상무는 "6월 말부터 내린 잦은 비로 올해 과수 작황이 좋지 않다"며"수확기에 오는 태풍이 가장 안 좋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천에서는 장호원을 중심으로 930개 농가가 894㏊에서 연간 7천여t의 복숭아를 생산한다.

이날 오전 현재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서귀포시 남남서쪽 390㎞ 해상에서 시속 23㎞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30hPa과 50㎧로 '매우 강한 태풍'이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경남 해안에 도달하는 시점을 6일 오전 7시 전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gaonnuri@yna.co.kr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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