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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서편제'는 찬란했던 내 청춘…송화와 함께 걸었죠"

송고시간2022-09-05 18:28

뮤지컬 '서편제' 전 시즌 출연…"29살에 시작해 41살 엄마 됐죠"

스타 의존 관행에 "모두 같이 건강하고 깨끗한 무대 만들었으면"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PAGE1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데뷔해 어느덧 16년 차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2010년 초연해 지난달 12일 다시 개막한 '서편제'에서 다섯 시즌 동안 송화 역을 맡아 빠짐없이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이런 경력에도 '서편제'의 대표곡 '살다보면'을 부르기 전에 여전히 "매일 긴장하고 무대 뒤에서 침을 꿀꺽꿀꺽 삼킨다"고 한다.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지연은 "그러나 그 긴장감이 참 반갑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긴장한다는 건 내가 아직 스스로 타협하거나 이상한 자신감을 부리지 않고 작품에 집중할 줄 아는 배우라는 걸 느끼게 하죠. 이런 사실에 스스로 뿌듯하고 감사해요."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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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레베카', '마타하리', '레드북' 등 16년 동안 대표작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그지만 '서편제'와의 인연은 조금 더 특별하다.

2010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 서편제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차별되는 소재와 소리꾼 이자람의 출연 등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차지연은 초연부터 소리꾼 이자람과 함께 주인공 송화 역으로 출연해 올해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까지 모든 공연에 함께했다.

차지연은 "'서편제'는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제 청춘"이라며 "20대 후반부터 41살의 아이 엄마가 된 지금까지, 저의 30대를 관통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오래, 매 시즌 참여한 작품은 없었죠. 제가 이 작품에 쏟았던 열정과 진심을 관객들이 계속 느끼고 알아주셨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서편제'는 원작 소설의 저작권 사용 기간이 끝남에 따라 올해를 마지막 시즌으로 막을 내린다.

차지연은 '서편제'와의 작별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담담하게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작품을 할 때와 보내줘야 할 때를 잘 아는 것도 배우로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앞으로 더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서편제' 자체가 마지막이라는 얘기를 듣고 멋있고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PAGE1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편제'의 주인공 송화는 눈이 먼 채 외로운 소리꾼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그 한을 깊은 소리로 승화시키는 인물이다. 차지연은 '스타'로서의 성공보다는 '배우'로 살기 위한 선택을 해 온 자신의 삶이 송화가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왜 그렇게 작은 작품만 골라서 하냐, 그렇게 하면 스타가 못 된다, 왜 이리 멍청한 길을 가냐'는 말을 지난 16년간 수도 없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제가 되고 싶은 건 스타가 아니라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에 연기를 더 배우고 노래를 더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하며 제 길을 묵묵히 걸어왔죠. 이번 공연을 하면서는 송화와 마음이 좀 더 붙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뮤지컬 배우 차지연 '서편제' 공연 사진

[PAGE1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러 차례 오디션을 보며 앙상블부터 시작해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은 그는 최근 '엘리자벳' 캐스팅 논란 등으로 다시 불거진 뮤지컬 업계의 고질적인 '스타 배우 의존' 현상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티켓 파워'라는 말을 저는 뒤늦게 알았어요. 그것이 대중적 인지도에서 온다는 말에 나는 나만의 티켓 파워, 관객과의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보니 긴 세월 동안 왜 다들 서로 험담만 하며 이 바닥을 시궁창으로 만드는지 그 모습이 속상했고, 누군가는 이를 바로잡고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 같이 좀 더 건강하고 멋있고 깨끗한 무대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배우 차지연
뮤지컬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스타의 삶보다는 진정성 있는 배우를 지향해 걸어가는 그의 삶처럼 '서편제' 또한 화려한 무대나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사로잡는 다른 쇼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다. 차지연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작별하는 '서편제'가 "작품을 본 사람끼리 통하는 무언의 공감대가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 장치는 없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화려하고 묵직하게 마음에 자리 잡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색감이 아니라 각 인물의 삶이 가진 색채가 맞물려 풍성하게 만들어진 화려함이기를 바랍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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