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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군포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송고시간2022-09-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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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발족한 아동·청소년 지원단체…도시락 배달에 전용식당까지 운영

지원 대상 아이들 경제력·신분 안따져…"아이들 위한 거면 뭐든지 한다"

군포시에 있는 사단법인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군포시에 있는 사단법인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촬영 김인유]

(군포=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어른 없는 사회에 좋은 어른 되기'

경기 군포시에 있는 사단법인 헝겊원숭이 운동본부가 추구하는 목표다.

'어른없는 사회'라는 다소 도발적인 전제를 깔고 있지만, 말 그대로 '좋은 어른'이 되자는 군포지역 시민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등이 주축이 돼 2018년 만든 아이들을 위한 지원단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 의류 및 생필품 지원, 아동·청소년 전용식당 운영, 자원봉사자 발굴 및 교육 등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안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자체의 어떠한 지원 없이 시민들의 후원금과 자원봉사의 힘만으로 운영하는 헝겊원숭이 운동본부는 군포 관내 아동, 청소년, 학부모들에게 그 진정성과 꾸준함을 인정받고 있다.

헝겊원숭이는 세 자녀의 엄마이자 군포에서 오랫동안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해온 김보민 씨가 이사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지난 5일 금정동의 운동본부 사무실에 찾아가 김 이사장을 만나 운동본부 이름의 유래부터 물었다.

그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어른은 헝겊원숭이 같은 어른"이라며 "아이들을 위한 헝겊원숭이가 많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헝겊원숭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가 1950년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래한다.

군포 아이들에게 전달할 도시락 만들기
군포 아이들에게 전달할 도시락 만들기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배달]

새끼 원숭이에게 우유가 있는 철사로 만든 원숭이와 아무것도 없는 헝겊으로 만든 원숭이를 선택하게 했더니 온종일 헝겊원숭이와 있더라는 것이다.

이 실험은 아이에게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부모의 따뜻한 품과 부드러운 손길, 즉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실험으로 유명하다.

지역아동센터장을 맡아 아이들을 돌보던 김 이사장이 2016년 11월 헝겊원숭이에 대한 특강을 듣고 나서 헝겊원숭이 운동을 시작했다.

2017년 5월 23일 첫 발대식에는 30명도 못 채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교사, 사회복지사, 복지관 직원, 학부모 등 뜻을 같이하는 185명의 시민으로 가득 찼다.

이후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2018년 1월 25일 사단법인 헝겊원숭이 운동본부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헝겊원숭이는 모든 사업이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아이가 가난한지, 넉넉한지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는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아이들을 지원할 때 특정한 조건에 맞추는 것이 아이들을 구분 짓는 것 같아 싫기 때문이다.

헝겊원숭이 운동본부가 첫번째로 아이들을 위해 한 사업은 상급학교 진학 물품 지원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 시 필요한 운동화와 가방 등을 사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지역아동센터 교사가 "이 애는 정말 필요하다"고 추천하면 학생에게 1인당 10만원에서 15만원을 지원한다. 추천한 교사와 학생이 직접 물건을 골라 산다.

오랫동안 아이를 지켜보고 보살폈던 지역아동센터의 추천이니 100%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부모가 모두 일하러 나가 하교 후 집에 가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푸드트럭도 운영했다.

2019년 9월 산본1동 노루목공원과 군포2동의 교전공원에서 밥차를 가져다가 밥과 반찬을 만들어 퍼주고, 장난감도 가져다가 실컷 놀게 했다.

노루목 공원 푸드트럭에 첫날 9명의 아이가 왔었는데 한 달 뒤에는 30명으로 늘었다.

군포 청소년을 위한 '밥먹고놀자' 식당
군포 청소년을 위한 '밥먹고놀자' 식당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푸드트럭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도시락과 반찬 배달도 한다. 올해 1월부터는 당동에 24평 규모의 작은 공간을 임차해 아동·청소년식당 '밥먹고놀자'를 차렸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도시락, 밥먹고놀자 등 먹헝겊원숭이를 통해 식사를 해결한 아이들은 1만191명이나 된다.

또 관내 5개 기관을 밥거점으로 지정해 도시락을 가져다주면 거점이 책임지고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자 떡볶이집과 감자탕집에서 무료로 음식을 지원하는가 하면, 한 프랜차이즈 도시락업체가 도시락도 제공했다.

아이들에게 제공할 도시락과 반찬을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은 모두 자원봉사자의 역할이다.

헝겊원숭이에 관심을 가진 부모와 자녀가 늘면서 도시락 배달을 하는 청소년봉사단 '너름품'도 생겼다.

또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이불 빨래와 책상 조립 등 도움이 필요한 또래를 돕기 위해 청소년봉사단 '틴'을 조직했다. 헝겊원숭이가 만든 나눔·봉사의 선순환이다.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군포 관내 1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행복마을링'도 결성돼 아동·청소년 맞춤형 교육사업과 교사·강사 역량강화사업도 펼치고 있다.

군포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
군포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

[촬영 김인유]

김 이사장은 시민들로부터 '좋은 어른이 머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좋은 어른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송파 세 모녀, 수원 세 모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웃과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 동네 아이만이라도 잘 보살피겠다는 마음만 가져도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다행히 군포지역 시민들은 모두 다 '오지라퍼(오지랖+er)'여서 후원도 많이 하시고 자원봉사자로 도움도 많이 주신다"면서 "앞으로 어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헝겊원숭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밥먹고놀자' 식당이 있는 지역이 재건축 대상이어서 조만간 식당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1층에는 식당을 하고 2층에서 사무실로 쓸 만한 건물을 찾고 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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