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해석한 이상의 詩'…보고듣는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재탄생
송고시간2022-09-14 06:00
서울디자인재단, 15∼29일 DDP서 전시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번역하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재 시인 이상(李箱, 1910∼1937)의 시가 언어장벽을 뛰어넘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재탄생해 관객들과 만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15∼2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4층 둘레길갤러리에서 이상의 작품을 AI로 해석한 전시인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전시는 한국의 아방가르드 문학가 이상의 시와 네덜란드의 초현실주의 시인 폴 반 오스타이옌(Paul van Ostaijen, 1896∼1937)의 시에서 추출한 텍스트 데이터를 양국의 젊은 예술가 두 명이 AI를 이용해 재구성한 것이다.
한국의 박소윤 작가와 네덜란드의 베라 반 드 사이프 작가가 두 시인의 작품을 AI를 이용해 문학(텍스트), 음악(사운드), 미술(이미지)의 형태를 띤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두 작가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를 현대 기술인 AI를 활용해 풀어내고자 했다.
전시명도 이러한 기획 목적이 잘 드러나도록 정했다.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는 입력값을 AI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다시 한번 입력을 요청하는 일종의 명령어다. 전시기획자는 이 명령어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러 방식을 유도하는 AI의 노력이라고 해석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작품명 '002 이제 나는 죽어가는 햇살이 나를 데려가는 것을 느끼며'.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총 3개의 작품이 미디어아트 형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작품인 '001 두 줄의 정면 사이 어딘가'는 두 시인이 대화하는 형태로 보여준다. AI가 한국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오가는 번역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시인의 대화를 완성했다.
두 번째 작품인 '002 이제 나는 죽어가는 햇살이 나를 데려가는 것을 느끼며'는 두 시인의 작품 중 구체시(具體詩) 기법을 학습한 AI가 이를 3개의 대형 스크린에 이미지로 보여준다. 구체시는 시 본문에 문자, 도형 등을 그림 형식으로 배열한 형식을 말한다.
세 번째 작품 '003 날카롭고 거칠 때'는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해 화면 속에 형상화된 언어들을 소환하는 작품이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어와 네덜란드어, 문자와 이미지 등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전달된다.
박제언 전시기획자는 "양국 국민의 사랑을 받은 두 시인의 작품이 새로운 형태로 변환될지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소통을 위한 노력, 즉 '진심'이 전해지는 사회가 되는 데 이번 전시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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