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던 아들의 뇌사…아버지는 생명나눔 전도사가 됐다
송고시간2022-09-14 14:00
고3 아들 떠나보낸 임원채씨,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수상
제5회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4만5천여명 장기이식 대기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회복할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곧 받아들이지 않을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 아들과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평소 모르는 사람도 거리낌 없이 돕던 아들이 떠올라 인터넷을 검색해 장기기증 의사를 전했습니다."
지난 2009년 뇌사에 빠진 아들을 떠나보낸 임원채(56)씨는 14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복지부는 이날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을 열고 장기기증 활성화 및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유공자 35명과 5개 기관에 표창을 수여했는데 이중 기증자 유가족은 임씨가 유일하다.
임씨의 아들 고(故) 임남규 군은 선천적으로 뇌동맥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 정기적인 병원 검진을 받았지만 건강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고3이 된 해 3월 할머니댁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임군은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다음날 새벽 수술을 받았지만 임군은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임군은 악성 골종양으로 하반신을 절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 10대 여성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아들의 빈자리는 여전히 컸고 가족들의 상실감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임씨는 장기·조직기증자 유가족, 이식수혜자, 기증희망 서약자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 소리 합창단' 활동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 이 합창단은 생명나눔주간 문화공연, 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의 초청공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장기기증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2020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생명나눔 전문강사 교육을 이수한 뒤에는 중고등학교 등에서 생명나눔과 장기기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연에 나서고 있다.
또 '유가족 멘토단'의 단원으로, '장기기증 유가족모임' 모임장으로 유가족의 회복을 돕고 있다.
장기기증, 생명나눔을 통한 희망 나눔을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셈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뇌사 장기기증자는 442명으로, 이들의 나눔으로 1천772명의 환자가 새 삶을 살게 됐다.
그러나 약 4만5천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많은 국민들의 장기 등 기증 희망 등록 참여가 필요하다.
정영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은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장기 등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생명나눔 주간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기증희망 등록에 동참해 기적을 꿈꾸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나눔주간은 장기 등 기증자의 이웃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기간은 매년 9월 두번째 월요일부터 1주간이다.
복지부와 각 지자체, 유관기관은 생명나눔 주간을 맞아 '생명나눔 그린 라이트 캠페인' '생명나눔 걷기 명상'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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