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제보 검색어 입력 영역 열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1020 정신건강] ② 감기로 병원 가듯…'일상의 마음돌봄' 필요

송고시간2022-09-17 07:10

댓글

'질병의 하나일 뿐'…정신과 치료·상담 관련 인식은 점차 변화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적어…외국은 무료 정신클리닉 운영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정한솔 인턴기자 = 20대 남성 A씨는 중학생 때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갔다가 따돌림을 당한 일을 계기로 사람을 대할 때 상당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는 수준을 넘어 '감시받는다'는 느낌까지 받았고, 그 결과 대인관계가 계속 위축됐다. 불안장애의 한 범주인 사회공포증에 해당하는 증상이었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느낀 A씨는 자신의 상황을 부모님에게 털어놨다. 상의 끝에 심리상담을 받기로 했다. 마침 부모님의 지인 중 심리상담사가 있어 큰 거부감이나 부담 없이 상담에 임할 수 있었다. 일상에서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이런 감정에 대응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얻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어린 시절 경험이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어 대인관계가 여전히 쉽지는 않다. 남들과 함께 일할 때 업무 습득력이 떨어지는 등 불리한 경우가 생기고, 누군가를 대하다 부정적 감정을 겪으면 며칠씩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결국은 이런 상황을 계속 접하면서 자극에 무뎌져야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스스로 노력 중이다.

지금도 사회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A씨는 향후 상태가 악화하거나 정신적으로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면 병원이나 상담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생각이라고 했다.

"어릴 때 상담소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영향도 있지만, 지금은 사회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접근성도 좋아졌다고 봐요. 정신과 진료비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도 않고요. 남을 공격하거나 위협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정신질환도 그냥 질병의 하나일 뿐이라 생각하고 큰 거부감이 없어요."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직접 가보니 편견 줄어"…정신과 방문 인식 변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전에는 정신병원이라 하면 폐쇄병동과 같은 음침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곤 했지만, 일반적인 내·외과 질환이 생겼을 때처럼 '마음에 병이 나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다'는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정신건강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신과 교수가 출연해 심리 상담하는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가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날로 늘어나는 등 일상에서 정신질환 관련 정보를 접하기가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서울 도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정신과 전문의는 "큰 부담 없이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참 고민하다 어렵게 방문하는 환자도 있어 인식에 개인차는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원 환자의 상당수가 20대로 젊은 연령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10·20대 환자 수 급증도 이런 인식 변화에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게 의료계의 해석이다. 이들 세대가 처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절대적인 환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상을 감지했을 때 치료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인식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전에는 대학병원에 새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상태가 매우 심각한 분들이었다면 요즘은 의원급에서 치료받으라고 권할 만큼 경증인 분들도 많아 문턱이 많이 낮아졌음을 느낀다"며 "정신과 방문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서구권처럼 변하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대학생 김모(24) 씨는 "막상 정신과에 가보면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오히려 내가 직접 병원에 가보고 나니 편견이 줄어든 것 같다"며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 정신건강이 안 좋으면 정신과에 가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병원에 다니는 이모(25)씨도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정신과라 처음에는 거부감이 컸다"면서도 "주변에 병원 다니는 애들도 있었고, 생각보다 정신과가 많이 붐비는 걸 보니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직접 가본 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신과 치료 이력이 취업이나 보험 가입에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이들도 많았다. 이런 편견은 점차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취업 등 과정에서 특정인의 정신과 진료 이력을 본인 허락 없이 타인이 열람하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취업, 입시 등과 관련해 개인의 진료 기록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많은데, 이는 본인조차 온라인 열람이 불가능하고 직접 방문 신청해야 할 만큼 엄격히 관리된다.

◇ 관련 서비스 이용률은 저조…"인프라 확충·상담 내실화 필요"

이처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에도 국내에서 정신과 진료나 상담기관 방문 등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지난 1년간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미국 43.1%(2015년), 캐나다 46.5%(2014년), 호주 34.9%(2009년) 등보다 크게 낮았다. 정신장애로 진단된 이들 가운데 평생 전문가 도움을 받은 비율은 12.1%로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도록 도울 지역사회 인프라를 만드는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지역사회에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 체육·여가·문화시설 등 연령대에 맞춰 즐기고 놀 거리가 충분하다면 애초 정신과 병원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며 "10대든 20대든 젊은 세대는 많이 아프지 않은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우울증 설문지
우울증 설문지

[연합뉴스TV 제공]

젊은 세대 특성에 맞는 상담공간 등 인프라를 확대해 이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인지하고, 필요한 치료 등을 받도록 유도하는 정책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일례로 호주에서는 '헤드 스페이스'(head space)라는 정신건강 클리닉을 10·20대가 많은 지점에 설치해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 등의 도움을 언제든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용은 무료이며, 병원에 다닌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산뜻한 느낌으로 실내를 꾸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 등을 이용한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 특성을 고려해 온라인에서 정신건강을 스스로 진단하고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2018년 가톨릭관동대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미국 등 해외의 다수 대학은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학생들이 스스로 정신건강 위험도를 진단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위험군으로 진단되면 학교 소속 전문 상담사와 연결돼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전문가 도움을 구하려는 추세인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신건강 상담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국 교수는 "젊은 층일수록 충분한 상담 시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약을 처방해야 돈이 되는 구조라 정신과 의사들이 상담보다는 빨리 많은 환자를 보는 쪽을 선호한다"며 "일선 학교에 가보면 수많은 전교생을 담당할 상담 교사가 1명뿐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핫뉴스

더보기
    /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더보기

    리빙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