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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에 무력한 스토킹처벌법…형량 낮고 보복 빌미 제공

송고시간2022-09-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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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드물고 대부분 징역 1년 이하…반의사불벌죄라 가해자가 오히려 협박

尹 대통령, 제도 보완 지시…대검, 일선 청에 '구속수사 원칙' 지침 전달

신당역에 입구에 붙은 추모 메시지들
신당역에 입구에 붙은 추모 메시지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16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 6호선 10번 출구 앞에 추모 및 규탄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2.9.16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박재현 조다운 기자 =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 대응의 공백이 다시 부각되면서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보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추진하고, 스토킹 피의자 구속 수사를 확대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보도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제도를 더 보완해서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사건 피의자인 전모(31)씨가 상습 스토킹 등 혐의로 재판받는 와중에도 아무런 제제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해 위해를 가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전씨는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직장 동료인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고소된 뒤 직위해제 됐다.

이후 스토킹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그는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14일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늘어나는 스토킹 범죄와 이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했다.

법 시행 후 스토킹 범죄 피해 신고 수는 대폭 증가했지만, 여러 문제점으로 범죄 대응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동훈 장관,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관련 브리핑
한동훈 장관,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관련 브리핑

(과천=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 달 출소하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에 대한 관리 방안도 발표했다. 2022.9.15 nowwego@yna.co.kr

법조계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스토킹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관계자는 "상습적·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非) 우발적 범죄인 스토킹을 반의사불벌죄로 두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실무적으로도 수사 단계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 역시 "스토킹 처벌법을 반의사불벌죄로 만든 것은 피해자의 손에 국가형벌권을 쥐여주는 것"이라며 "법 제정 당시부터 이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또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공약했다. 법무부도 윤 대통령 당선 뒤 업무보고에서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에 대해 '일반추진' 검토의견을 낸 바 있다.

법무부는 이날 낸 자료에서도 "스토킹 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초기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2차 가해나 보복 범죄를 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입법을 통해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와 피의자를 철저히 분리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이나 협박 등의 범죄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낮은 것으로 판단돼 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잦았다"며 "스토킹을 비롯한 성폭력 범죄의 구속영장 발부 허들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역시 증가하는 범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스토킹 범죄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라는 지시를 지난달 일선 청에 전달했다.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피의자에 대한 잠정 조치를 적극적으로 청구하고, 피해자 신속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법무부 또한 사건 초기 잠정조치 방법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보호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은 뒤 출소한 범죄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 있었다.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최장 10년까지 부착하도록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불법촬영·스토킹·여성혐오범죄' 강력처벌 촉구하는 진보당
'불법촬영·스토킹·여성혐오범죄' 강력처벌 촉구하는 진보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6일 진보당 윤희숙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앞에 '불법촬영·스토킹·여성혐오범죄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9.16 superdoo82@yna.co.kr

스토킹 범죄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벌칙 규정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시행 후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스토킹 처벌법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대부분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범죄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사례에서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극히 드물다.

법원은 지난 7월 접근금지 명령을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 위협을 하는 등 지속해서 스토킹한 남성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혼자 사는 여성이 자신의 연락에 답하지 않자 새벽에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운 남성 역시 징역 6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처벌 규정에 비해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너무 낮아 처벌을 통한 범죄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며 "스토킹 범죄의 양형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처벌법
[그래픽]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처벌법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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