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순방 중 윤리위 소집 與, 이준석 제명 수순?…尹心 작용했나(종합)
송고시간2022-09-18 19:03
윤리위 "추가징계 절차 개시"…李, 제명시 가처분 맞불 예고
정진석 비대위 출항 '뇌관 제거' 포석 관측 속 일각선 불씨 재확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최덕재 기자 = 국민의힘이 휴일인 18일 윤리위를 '기습 소집'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주말 직전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각하, '주 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을 유지한 가운데 당과 이 전 대표간 갈등이 끝장 대결 양상을 보이며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당초 예정보다 열흘이나 앞당겨진 윤리위 개최 시점이 마침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이어서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의 작용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등 의혹과 관련, 전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3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적, 비난적 표현을 사용하고,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며 징계 절차 개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된거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개고기, 신군부 등의 단어가 문제가 된 게 맞나'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게 규정해서 우리가 말 안 하겠다"고 했다.
그는 '수해 봉사현장 실언'으로 징계 절차가 개시된 김성원 의원에 관한 안건 등 이외의 안건들에 대해서는 "보류하고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달 19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원 누구든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타인 모욕 및 명예훼손·계파 갈등 조장 등 당원으로서 품위유지를 위반하고 반복하면, 예외 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경고장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 결의문에 '당 윤리위에 접수된 이 전 대표 추가 징계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9.14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이날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가 개시된 만큼, 이제 남은 수순은 '제명'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징계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 위원회 재적 위원 과반수의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이번 회의에서 징계 절차 개시 뿐 아니라 징계 자체까지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에 대한 가처분 심리를 오는 28일로 앞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제명될 경우 '사고'가 아닌 '궐위'가 되는 만큼 가처분 신청 자격을 상실하면서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는 법리적 셈법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새 원내대표 경선에 이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논의 착수 등 지도부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당장 '이준석 뇌관'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관계자) 주류 사이에 공유된 인식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도리어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명 문제가 당내 갈등 재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제명 결정이 나올 경우, 그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에 이어 이번 추가 징계 논의까지 그 배경에 '윤심'이 자리잡고 있는지 여부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당무 불개입 원칙을 견지하며 이 전 대표 사안 관련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총질' 문자 파문 이후 이 전 대표 징계 문제와 윤심의 연관성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이 이어져왔다.
공교롭게 이번 윤리위는 윤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3국 순방길에 오른 당일 소집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 "역사적으로도 지난 몇 달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에 가시면 꼭 그 사람들이 일을 벌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또 순방하신다고 하는데 그사이에 뭔가를 꾸미고 있지 않을까"라며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윤리위 조기 소집 일정이 전해진 직후에도 SNS에 "와우. 대통령 출국 시점에 맞춰. 바로 직후에"라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에게 미칠 정치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는 시점에 맞춰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를 속도전식으로 처리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9.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eephoto@yna.co.kr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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