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인사 상징 '에네켄 기계', 이민사박물관에 전시돼
송고시간2022-09-20 17:11
피게로아 주한멕시코 대사 "고난 딛고 정착한 한인들은 모두 영웅"
"한인 에네켄 농장 정착 증거, 한-멕시코 우호 상징되게 교육할 것"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멕시코대사와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등은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20일 개관한 에네켄 기계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촬영 강성철]
(인천=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멕시코 한인 이민 역사의 상징인 에네켄 기계가 인천시 중구 소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복원돼 20일 공개됐다.
인천시립박물관(관장 유동현)은 이날 이민사박물관에서 '에네켄 기계 전시관' 개관식을 열었다.
에네켄은 선인장과 식물로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선박의 로프 및 포대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 에네켄 기계는 로프 제작에 필요한 섬유질을 추출했다.
개관식에는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멕시코 대사,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한병길 한중남미협회 회장,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과 주한 멕시코 유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축사에서 "1905년 멕시코에 첫발을 내디딘 1천여 명의 한인들은 25개 에네켄 농장으로 흩어져 고된 일을 하면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며 "그러면서도 고국을 잊지 않고 정체성을 지켜온 이들은 모두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 3만여 명에 이르는 한인 후손은 한-멕시코 간 교류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유동현 관장은 "에네켄 기계는 2005년 멕시코 한인 후손과 주한멕시코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한인들이 일했던 메리다 지역 에네켄 농장에서 사용하던 것을 입수해 한국으로 들여왔다"며 "수장고에 보관해 오다가 올해 한-멕시코 수교 60주년 기념사업으로 복원·보존처리 작업을 하고 별도 야외 전시관을 지어 선보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허식 의장은 "한인 공식이민의 출발지인 인천에 자리한 이민사박물관은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에도 뿌리 교육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라며 "전시관 개막을 계기로 한-멕시코 우호가 깊어지도록 인천시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시관에는 에네켄 기계 전체에 동력을 전달하는 엔진, 에네켄 잎을 운반하는 도르래 시스템, 잎의 섬유와 껍질을 분리하는 본체 등이 진열됐다.
이와 함께 전시관 모니터에서 실제로 기계에서 섬유질을 추출하는 영상도 소개한다.
유 관장은 "에네켄 기계는 멕시코 산업의 부흥과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며 "한-멕시코 우호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시민 전시와 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wakar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9/20 17: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