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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전유물' 된 검찰수사심의위…사회적 약자 신청은 외면

송고시간2022-09-22 06:00

총 14차례 중 사건관계인 요청으로 6번…검·경 또는 이재용 사건

장애인·의료과실 피해자 신청은 반려…"심의 기준 투명히 밝혀야"

삼성과 검찰
삼성과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면서 권력층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지금까지 총 14차례 소집됐다.

수사심의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소집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하거나 일선 검찰청 검사장의 요청을 받아서 하지만, 각 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가 고소인이나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요청할 수도 있다.

14번의 수사심의위 가운데 사건관계인의 요청에 따라 개최된 것은 6번이었다. 이 중 4번은 검찰 또는 경찰이 관련된 사건이었다.

2019년 7월 수사심의위는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울산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의 사건을 심의한 뒤 수사 계속 권고를 했다. 사건 관계인의 요청으로 수사심의위가 열린 첫 사례였다.

2020년 7월에는 '채널A 사건'으로 수사받던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사건이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이 됐다.

2020년 10월에는 검찰 내에서 폭언·폭행을 당하다 숨진 고(故) 김홍영 검사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가 열렸고, 2021년 5월에는 '김학의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요청으로 수사심의위가 소집됐다.

검·경과 무관한 사건 중 사건 관계인 신청으로 수사심의위가 개최된 경우는 2차례뿐이었는데, 신청자는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2020년 6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승계 의혹'으로 수사받던 중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듬해 '3월에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번 더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두 사건 모두에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의료범죄를 중상해ㆍ살인미수죄로 기소하라"
"의료범죄를 중상해ㆍ살인미수죄로 기소하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건 관계자들이 낸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6월 의정부지검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사업주를 불기소 처분했다.

노동자 측은 불기소 처분의 적정성을 따져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지만,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부의심의위 조차 열리지 않은 채 절차는 종료됐다.

여론의 관심이 컸던 '사찰 노예'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30년 넘게 서울의 한 사찰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해온 지적 장애인 A씨 측은 2020년 7월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북부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지만, 검찰시민위원회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절차를 종료했다.

중대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도 수사심의위는 '그림의 떡'이었다. 부적격자의 대리수술로 안면감각 기능이 손상된 피해자 B씨는 의사의 살인미수 및 중상해 혐의를 불기소 처분한 검찰 판단을 재심의해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지만, 시민위원회는 "심의 대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면서 권력층만이 활용할 수 있는 특권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찰 노예 사건 등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의혹은 심의 대상이 되고, 30년간 피해를 본 지적장애인의 사건은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수사심의위는 힘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수사심의위 운영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국민적 관심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심의한다는 모호한 운영 규정으로 인해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고, 심의 기준과 결정 근거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정훈 의원은 "수사심의위는 검사나 대기업 총수의 사건은 심의하고, 일반 시민들의 사건은 외면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패싱'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강조하는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근절이 말뿐이 아니라면, 위원회의 심의 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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