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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엘리베이터 설치를"…인권위 진정했던 윤종훈씨 별세

송고시간2022-10-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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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제공]

[지인 제공]

(서울·창원=연합뉴스) 이충원 김동민 기자 = 경남대 인문관에는 2016년 초까지 엘리베이터(승강기)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여기서 수업을 받는 사회복지학과의 장애인 학생은 지하 식당이나 2층 이상 강의실에 갈 수 없었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인문관 103 강의실 뿐이었다. 그나마 책상이 의자와 붙어있지 않은 건 한자리뿐.

1인 시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기 끝에 경남대 인문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결정을 끌어낸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가 2일 오전 2시께 창원(마산) 자택에서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3일 전했다. 향년 41세.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1살 때인 1992년 2월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지체 장애 1급(오른쪽 반신불수와 하반신 장애) 장애인이 됐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진 윤씨는 창신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2012년 3월 경남대에 편입했다.

경남대 인문관은 1974년에 지어진 지 40년 이상 지난 노후화된 건물. 학교측은 구조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어렵고, 승강기를 설치하려면 강의실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거부한 뒤 장애 학생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인문관 1층에 장애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과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2007년에도 대학원에 입학한 송정문(경남장애인차별연대 대표)씨가 소송을 냈지만, 학교측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윤씨는 인문관 2층에서 하는 토익 강의는 수강 신청을 할 수 없었고, 인문관 3층에서 열린 담당 교수와의 진로 상담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경사가 심한 지형인 경남대. 윤씨는 "심한 경사로 때문에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도 없고, 장애인학생지원센터와 동아리방이 있는 한마관 건물로 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012년 10월 학교 측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2013년 10월31일∼11월3일 인문관 3층에서 열린 수업 대체 사회복지학과 30주년 행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11월6일부터 1인 시위를 벌였고, 인권위에 진정도 제기했다. 2015년 3월에는 다른 학생과 함께 학교 측을 상대로 1천5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법원과 인권위의 판단은 학교측과 달랐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9월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고, 2016년 2월 인권위는 윤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경남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경사로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참고인 현장 조사 결과, 건물의 구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인문관 건물의 외벽에 면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고, 경남대 예산총액을 고려할 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경남대는 인문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경사로 개선 공사를 한 데 이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강의동을 신축했다.

황현녀 마산장애인인권센터 소장은 "경남대에 대한 인권위 결정을 계기로 다른 대학에도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라고 권고하기가 쉬워졌다"고 윤씨 투쟁의 의의를 설명했다.

2016년 장애인 콜택시 감차 반대 활동 당시의 고인
2016년 장애인 콜택시 감차 반대 활동 당시의 고인

[김정일씨 제공]

고인은 인문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둔 뒤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로 일하며 2016년 창원시의 장애인 콜택시 감차 추진에 맞서 싸운 끝에 10대 증차를 끌어내기도 했다.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 대기 공간에 물통을 놓고 용변을 보는 일을 겪은 뒤 장애인 서비스 여부를 홈페이지에 표시해달라고 다시 한번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장애 인권을 지키는 일에 앞장섰고, 순수했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유족은 누나 윤수진씨 등이 있다.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3호실, 발인 4일 오전 6시30분. ☎ 055-249-1715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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