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영화제, 새로운 개념의 영화제로 첫발"
송고시간2022-10-04 07:00
허문영 집행위원장 "창작자·수용자 경계 허물고 새 프로그램 시행"
"아시아 영화 맏형 역할 다할 것…영화인과 지역주민 모두 위한 축제 만들고파"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이래서 영화제라는 걸 하는 거구나', '영화제와 축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행사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3년 만의 정상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팬데믹 기간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축소 운영됐던 프로그램들이 100%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허 집행위원장은 그중에서도 아시아영화 지원 프로그램을 전면 복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영화 지원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보류됐어요. 올해는 아시아필름아카데미, 아시아시네마펀드, 플랫폼 부산 등 지원 프로그램이 전면 복원됐을 뿐 아니라 더 확대됐죠. 아시아 영화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다시 수행해야 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선보였던 '동네방네 비프'와 '마을영화 만들기' 등 시민과 직접 호흡하는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영화제가 영화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축제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영화제 주요 개최지역인 남포동·해운대 일대를 넘어 부산 지역 곳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동네방네 비프'는 올해 총 16개 구·군 17개 장소에서 열린다. '마을영화 만들기'는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을 상영하는 프로젝트다.
허 집행위원장은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올해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며 "새로운 개념의 영화제로서 첫발을 디디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를 대상으로 한 '온 스크린' 섹션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신설된 '온 스크린'은 3개에서 9개로 작품 수를 대폭 늘렸다.
허 집행위원장은 "초창기에는 OTT 시리즈물에 대한 영화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꽤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OTT 시리즈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영화의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서 관객의 반응이 생각보다 굉장히 뜨겁기도 했고요. 우리 영화제는 변화하는 영화의 개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최근 강릉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일부 국내 영화제가 지자체의 일방적 지원 중단으로 위기를 맞은 데 대해서는 "한 영화제가 태어나고 없어지는 것은 시민 여론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예비 영화인 한 사람이 평생 영화를 만들 힘을 준다면 영화제로서는 가장 좋은 거죠. 부산국제영화제는 덩치가 커지는 영화제가 아닌 뿌리가 깊어지는 영화제가 되길 바랍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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