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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쥬라기공원'처럼 내 목소리 되살아나 지금의 날 질책"

송고시간2022-10-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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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데뷔 45주년 맞아 명반들 고음질로 재탄생

가수 김창완
가수 김창완

[뮤직버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쥬라기공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산울림 DNA가 어디 있나 몰라 뒤져보다가 릴 테이프에서 찾았습니다. 리마스터링된 음원을 처음 듣고 내가 요즘 부르는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어 순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울림의 김창완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리마스터링 LP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45년 전 내 목소리가 공룡처럼 되살아날지 몰랐다"며 "그때의 목소리가 노래를 똑바로 부르라고 지금의 날 질책하더라"라고 말했다.

산울림은 이달 1집과 3집, 다음 달 2집을 LP로 재발매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산울림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전작을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김창완의 말대로 '쥬라기공원'에서 호박에 갇혀 화석이 돼 버린 모기 속 DNA로 공룡을 되살린 것처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산울림의 생생한 사운드도 되살아났다.

김창완은 "노래를 들으면서 (45년 전) 그때의 떨림과 불안이 다 느껴졌다"며 "그 옛날에는 음반이 나온다는 것 하나로 기뻐서 LP판을 집에 가져가 골방에 삼형제가 모여 턴테이블에 올려두고 바늘 끝에서 나오는 소리를 귀에 대고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1977년 데뷔했을 때 어린아이들은 환호했지만, 대부분의 어른은 '저게 무슨 노래냐'라고 하거나 '듣지 말라'고 했다"며 "나도 젊은 후배 가수에게 웬만하면 좋은 소리를 해야겠더라. 50년 뒤에 이들이 무슨 평가를 어떻게 받을지 알겠느냐"며 웃었다.

산울림은 김창완(보컬·기타), 김창훈(베이스), 고(故) 김창익(드럼)으로 이뤄진 가족 밴드다. 지난 1977년 1집 '아니 벌써'로 데뷔해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3집 '내 마음'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1997년 발매된 13집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고, 10집 음반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너의 의미'는 후일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재차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산울림은 정규 음반 외에도 '개구장이', '산할아버지' 등의 동요 앨범도 내고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이들의 1집과 2집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산울림은 2008년 김창익이 캐나다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활동을 멈췄다.

김창완은 "막내(김창익)가 2008년 세상을 떠나고 산울림 음악이 단절된 지 15년이 지났다"며 "그런데도 산울림 팬클럽에는 어린 팬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산울림의 음악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저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울림, 데뷔 45주년 맞아 내달부터 고음질로 LP 재발매
산울림, 데뷔 45주년 맞아 내달부터 고음질로 LP 재발매

(서울=연합뉴스) 밴드 산울림의 모든 앨범이 데뷔 45주년을 맞아 다음 달부터 고음질로 재발매된다고 뮤직버스가 23일 밝혔다. 사진은 밴드 산울림. 2022.9.23 [뮤직버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번에 새로 태어나는 앨범들은 김창완이 간직하던 릴 테이프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특히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링 작업은 까다롭기로 이름난 미국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산울림 음원은 황병준의 손길을 거친 뒤 세계적인 마스터링 거장 버니 그런드만에게 넘어가 후반 작업이 이뤄졌다. 버니 그런드만은 마이클 잭슨 '스릴러'(Thriller), 프린스 '퍼플 레인'(Purple Rain)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걸작의 마스터링과 래커 커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로 새기는 작업)을 맡아 온 인물이다.

이후 스탬퍼(LP 생산을 위한 원판) 작업은 세계 최고의 오디오 파일 전문 제작 회사 가운데 하나인 RTI가 했다. 이 스탬퍼는 59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도요 레코딩에서 최종적으로 LP로 태어났다.

김창완 측은 이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1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2집), '그대는 이미 나'(3집)의 원곡과 리마스터링 버전을 비교하며 들려줬다.

리마스터링을 거친 새 음원은 마치 원곡에서 뿌연 안개 혹은 장막을 걷어낸 듯 한음 한음 맑고 생생한 음질을 자랑했다. 마치 밴드가 눈앞에서 라이브를 들려주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김창완은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1977년 레코딩 당시의 막내(김창익) 생각이 너무 많아 났다"며 "'쟤가 연주를 이렇게 해놨는데', '진짜 숟가락통 두드리는 소리도 녹음됐네' 하는 생각이 나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산울림은 이번 앨범으로 부활했다. 소리가 너무 좋다"면서도 "(산울림으로의 공연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이끈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는 "산울림의 음악은 외계에서 떨어진 별똥별 같았다"며 "기존 우리 음악계에서 죽 이어진 흐름에서 동떨어져 독특하고 신선한 사운드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가수 김창완
가수 김창완

[뮤직버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리마스터링 버전은 (산울림이) 애초에 의도한 사운드를 릴 테이프에서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다"며 "국내에서 (리마스터링으로) 이 정도로 사운드 성과가 나온 사례가 거의 없다"고 자평했다.

황병준 엔지니어는 "옛날 1960∼1970년대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릴 테이프를 구해와서 LP를 만들고 나서는 재활용을 했다"며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원본 마스터 릴 테이프가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다른 작업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간에 소리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릴 테이프에 있는 소리 그대로를 빼내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김창완은 이날 직접 기타를 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노인의 벤치' 등을 직접 불러 여전한 감성을 과시했다.

김창완은 "그 당시(1977년) 담아내고자 한 것은 청춘의 부대낌이었다"며 "이게 될까, 저게 될까 하는 자신 없어 하는 그런 마음이 가사 몇 마디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랑이 확실한 사랑인지 모르고, 내 말을 사람들이 안 들어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개처럼 깔린 게 청춘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45년 전 제 목소리를 듣는다는 게 슬프기도 했어요. 그간 사라지는 것에 미련 가지지 말자고 누누이 인생철학을 이야기해왔죠. 그런데 리마스터링 작업을 해 보니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더라도 소중한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창완)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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