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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감사원, 조사 거부한 문재인 前대통령 강제조사해야 한다?

송고시간2022-10-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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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원법 50조 근거로 '자료 협조' 요청…민간인이라 강제조사는 못해

비협조 때 처벌조항 있지만 전 대통령에 적용한 전례는 없어

출근하는 감사원 직원들
출근하는 감사원 직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서면조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감사원이 강제 조사를 하라고 여당 의원이 촉구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야당 시절인 2016년 11월 페이스북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검찰 수사 거부를 비판한 글을 언급하며 감사원에 "즉각적인 강제 조사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검찰도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면 됩니다. 즉각적인 강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고 썼다.

정 의원의 강제 조사 촉구 발언은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없지 않지만, 그의 요구와 같이 감사원이 정말로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제 조사를 할 수 있을까.

◇ 민간인인 전직 대통령에겐 '자료협조' 요구만 가능…조사 강제는 못 해

결론부터 말하면 강제 조사는 어렵다. 문 전 대통령이 현재 민간인 신분이기에 원칙적으로 감사원법상 감사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상 크게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이 중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일처리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는 직무감찰은 정부조직법과 기타 법률에 따른 행정기관과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감사원이 지난 3일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감사원법 제50조'를 들어 문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진행하려고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50조는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 '감사대상 기관 외의 자'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당 법 조항에 명시돼 있듯 '협조 요구'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선모 기자 = 감사원은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윤은중 대변인을 통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평화의댐, 율곡사업에 대한 회신내용에 관한 감사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1993.8.26

(서울=연합뉴스) 이선모 기자 = 감사원은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윤은중 대변인을 통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평화의댐, 율곡사업에 대한 회신내용에 관한 감사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1993.8.26

감사원이 이 조항을 근거로 전직 대통령을 서면 조사한 것은 문 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 8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겐 '평화의 댐' 건설과 관련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겐 군 전투력 증강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해 각각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대(對)국민 발표문'의 형태로 감사원 질의에 답변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재량행위는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두 차례나 서면 질의를 거부했다.

단, 노 전 대통령은 거부 의사와 별개로 차세대 전투기 기종 결정과 관련한 경위 설명서를 감사원에 보냈다.

감사원은 또 1998년 3월 외환위기 특별감사를 진행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감사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외환위기가 초래된 데에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감사원은 이후 2017년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018년엔 국방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보내려고 했지만 두 전 대통령 모두 질문서 수령 자체를 거부했다.

이 두 차례의 수령 거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일이다.

특히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이미 세 차례 감사를 한 뒤 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네 번째 감사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정리하자면, 문 전 대통령 이전까지 모두 5명의 퇴직 대통령에 대해 감사원의 조사 시도가 있었고, 실제 이에 응한 것은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뿐이라고 볼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설명서는 제출해 '형식상 거부·내용상 협조'의 모양새가 됐다.

감사원은 이번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지난달 28일 전화로 문 전 대통령 측에 질문서를 전달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문 전 대통령 측은 수령 거부 의사를 구두로 표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시도가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감사원법 50조, 사실상 전방위 감사 허용…개정해야" 목소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사원법 50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감사원이 50조를 근거로 본래 직무감찰 대상 범위를 넘어서까지도 '사실상 감사'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감사원은 현행 법 체계상 행정부 산하 행정기관 등에 대해서 직무감찰을 수행한다.

또 감사원법 24조는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 입법부와 사법부는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고 있다.

대통령이 감사 대상인가에 대해서는 법학자들 간 의견이 갈리지만 이미 감사원 스스로 대통령은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2020년 7월 구(舊) '직무감찰규칙'(현 '감사원 감사사무 규칙') 개정 때 그 사유를 설명하면서 "대통령과 국회는 '감사원법'상 직무감찰 대상이 아님"이라고 명시했다.

직무감찰규칙 개정 이유
직무감찰규칙 개정 이유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조사 시도에서 드러나듯, 예외 조항인 50조는 그 포괄성 때문에 대통령, 국회, 법원 등을 비(非)감사 대상으로 적시한 동일 법률 내 조항(24조), 또는 구 직무감찰규칙 개정 당시 밝힌 사유와 실질적으로 충돌한다. 50조를 축자적으로 해석하면 이들도 얼마든지 감사에 준하는 감찰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 4일 법사위 국감에서 "국회, 법원, 헌재 등은 헌법성 기관으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닌 것으로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50조 1항을 유추해석을 하면 사법부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협조 요구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감사원이 민간인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자료 협조를 요구한 것이지만 대통령 재임 시절의 일을 묻는 것이기에 사실상 대통령의 직무를 감찰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감사원이 1993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상대로 서면 질의했을 당시에도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다만 감사원법 50조 2항에서는 이런 협조 요구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놓기는 했다.

또 사회 통념상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협조'를 요청해놓고 협조하지 않을 경우 처벌 조항을 둔 것도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감사원법 50조는 '협조'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51조 벌칙 조항에선 이런 협조를 요구받은 대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놨다.

다만 감사원이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이런 처벌 조항을 동원한 적은 없었다. 1993년 서면 질의에 불응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당초 고발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실제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는 감사원이 감사할 수 없는 대상도 50조를 통해 사실상 감사하는 것을 두고 "감사원에 권력 분립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50조가 "유신 시절인 1973년 1월에 신설됐다"며 헌정 질서에 맞지 않은 이 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 국감장에서 피켓 붙이는 여야
법사위 국감장에서 피켓 붙이는 여야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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