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방화 의심 불에 훼손…"일부 복원 불가"
송고시간2022-10-07 16:47
'코로나19 봉쇄' 풀린지 2개월만에…"수백만달러 들여도 못되돌려" 탄식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화산섬인 칠레령 이스터섬에서 산불이 나는 바람에 사람 얼굴의 '모아이' 거석상 여러 개가 훼손됐다고 AFP 통신과 BBC 방송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 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발생한 화재가 100㏊(100만㎡)가량에 달하는 이스터섬 면접을 휩쓸었으며,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라파누이 국립공원 내 라노 라라쿠 화산 주변 지역이 큰 피해를 봤다.
이로 인해 이곳에 모여있는 현무암 재질의 모아이 석상 수백 개 중 일부가 화염과 연기로 검게 그을리는 등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카롤리나 페레스 칠레 문화예술유산부 차관은 트위터에서 "지역사회가 세운 방화벽 덕에 채석장이 완전히 불에 타는 것은 막았다"면서도 "일부 모아이 석상을 포함해 60㏊가량이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터섬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년여간 봉쇄됐다가 다시 외부에 개방된 지 약 2개월 만에 발생했다.
현지 당국은 이번 산불이 방화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AFP=연합뉴스) = 화재가 발생한 이스터섬 라파누이 국립공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2.10.07 photo@yna.co.kr
페드로 에드문드 파오아 이스터섬 시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를 돌이킬 수가 없다"며 "수백만 유로나 달러를 들인다고 해도 이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석상에 생긴 균열은 복구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라파누이 국립공원의 한 관계자도 "모아이가 완전히 검게 탔다"며 "석상을 들여다보면 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터섬에는 최고 1천 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아이 석상이 1천여 개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높이가 10m, 무게는 80t이 넘는다.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모아이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라파누이로 불리는 이스터섬 원주민은 모아이를 조상의 영혼을 지닌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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