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크레디트스위스, 일부 부문 매각·중동자본 유치 추진
송고시간2022-10-18 11:57
뉴욕타임스 "'밈 주식'돼 위기설 부채질"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불거진 위기설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중동 자금 유치 등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은 크레디트스위스가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 자산운용 부문을 매각하고 중동 자금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최근 위기설에 휩싸였다.
지난 7월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최근 토마스 고트슈타인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고 울리히 쾨르너가 새 CEO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이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주가가 급락했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올해 30억달러(약 4조2천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악재가 이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는 일부 부문을 매각하거나 분사에 나설 계획이며 이미 미국 자산운용 부문 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 조직 개편에는 90억 스위스프랑(약 12조9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크레디트스위스는 외부 투자자를 영입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에 접근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국부펀드를 통해 크레디트스위스에 투자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와 크레디트스위스는 협상에 들어갔으나, 미래 손실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 때문에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내에서 여러 법적 분쟁에 휘말려있어 추가 손실도 예상된다.
이 은행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전 주택모기지담보대출유동화증권(RMBS)을 부실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준 혐의로 미국 뉴저지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최근 합의금으로 4억9천500만달러(약 7천74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당시 크레디트스위스는 RMBS를 판매할 때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이후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자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몇 년간 수십억 달러를 지급했다.
이 밖에도 비밀 역외 계좌를 통해 미국 고객들의 탈세를 도왔는지 여부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탈세 혐의 수사를 받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오는 27일 3분기 실적과 기업 혁신전략이 담긴 전략 검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크리스티안 마이스너 크레디트스위스 IB 부문 총괄은 실적 발표 뒤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크레디트스위스의 일련의 위기에 대해 스위스에서 가장 오랜 166년 역사를 가진 은행이 이제 '밈(meme)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주식)이 됐다고 평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레딧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를 제기하고, 이 은행 주식을 거래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3일에는 주가를 6%나 끌어내렸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이 더 고조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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