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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의 유엔인권이사국 첫 낙선은 대북정책 탓? 외교실책 탓?

송고시간2022-10-2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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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 결과에 여야 서로 "네 탓" 주장…'인권불량국'도 이사국 선출사례 많아

과거 사례 보면 北인권결의안, 이사국 당선에 영향 미미…"현 정부 외교 실책 탓"도 근거 부족

외교부 "여러 선거 나가면서 득표력 분산"…"신냉전·진영논리 강화 등 국제정세 변화 탓"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리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에 실패한 것을 두고 여야가 각각 책임을 전·현 정부에 돌리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낙선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논평을 통해 "북한의 심기보좌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권 외교의 결과가 국제적 망신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 대책위원회'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무능이 참사로 이어지고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 추락으로 이어지는 참상을 우리 국민들이 어디까지 참고 견뎌야 하느냐"고 맞섰다.

여당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야당은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인권이사국 선거 실패의 원인으로 거론한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할까?

한국,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탈락
한국,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탈락

(유엔본부 신화=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위한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아시아 국가 중 5위에 그쳐 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2022.10.12 jsmoon@yna.co.kr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6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인권위원회가 유엔총회 산하 기구로 격상되면서 출범했는데,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아프리카 13개국, 중남미 8개국, 서유럽 7개국, 동유럽 6개국 등 47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이들 인권이사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의 무기명 투표로 매년 3분의 1씩 교체되며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은 2회까지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06∼2008년, 2009∼2011년, 2013∼2015년, 2016∼2018년, 2020∼2022년 이사국으로 선출돼 현재 5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지난주 치러진 차기 인권이사국(2023∼2025년) 선거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국 네 자리를 놓고 방글라데시(160표), 몰디브(154표), 베트남(145표), 키르기스스탄(126표), 아프가니스탄(12표)과 겨뤘으나 5위(123표)로 낙선했다.

그렇다면 인권이사국의 선출 기준은 무얼까?

유엔총회의 2006년 '인권이사회 창설 결의(60/251)'를 보면 인권이사국 선출 때는 인권 보호를 위한 후보국의 기여와 공약을 고려해야 하고, 선출된 이사국은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보호 기준을 유지하게 돼 있다. 인권이사국이 중대한 인권 침해를 하면 유엔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이사국 자격을 중지시킬 수도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인권 모범국을 가려 뽑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선 '인권 불량국가'가 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권이사회 창설 취지와는 달리 현실에선 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나 진영 논리에 밀려 이사국 선별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수단은 2019년 '인종청소' 혐의를 받는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가 축출된 뒤 쿠데타에 의한 군부 독재와 유혈 사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번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이자 언론 통제국으로 악명이 높은 에리트레아도 지난해 인권이사국에 선출돼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후 범죄 용의자를 재판 없이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으로 국제사회 지탄을 받아온 필리핀도 인권이사국에 선출돼 지난해까지 활동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차기 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된 4개국의 인권 상황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국가별 인권보호 수준을 대변하는 국경없는기자회(RSF)의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보면, 방글라데시 36.63점(162위), 몰디브 59.55점(87위), 베트남 26.11점(174위), 키르기스스탄 64.25점(72위)으로 한국 72.11점(43위)에 훨씬 못 미친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산출한 2022년 기준 국가별 자유지수를 봐도 방글라데시 39점(138위), 몰디브 40점(136위), 베트남 19점(170위), 키르기스스탄 27점(158위)으로 한국 83점(59위)과 격차가 크다. 프리덤하우스 자유지수의 국가별 순위는 연합뉴스가 자체 산출한 것이다.

[그래픽] 역대 한국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 현황
[그래픽] 역대 한국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 현황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한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8개 아시아 국가 중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5위에 그쳐 이사국 진출에 실패했다. 4위안에 들면 이사국 진출이 가능했지만 아프가니스탄, 몽골 등과 함께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bjbin@yna.co.kr

국제적 관심사인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국가별 대응은 보편적인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인권에 대한 기본 태도와 감수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태도나 관계가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만큼 현실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과 과거 소비에트연방 일원인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는 북한과의 관계가 긴밀하다. 베트남은 북한의 5대 교역국으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방글라데시는 북한의 10대 교역국에 포함됐다.

지난 4월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이 드러난 러시아의 인권이사국 자격 정지를 결의할 때, 한국은 찬성했지만 베트남과 키르기스스탄은 중국, 북한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고 방글라데시와 몰디브는 기권했다.

우리나라의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마찬가지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전신인 인권위원회 때인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북한 내 인권 침해에 우려를 표명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으며, 2005년부터는 유엔총회에서도 매년 별도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인권결의안 도입 초기 노무현 정부가 2003∼2005년 당시 화해 무드였던 남북관계를 고려해 표결에 불참·기권했고, 북한 핵실험이 이뤄진 2006년 한 차례 찬성한 뒤 2007년 다시 기권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물론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며 이는 박근혜 정부를 거쳐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 초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18년 다시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했고 이는 올해 3월까지 4년간 유지됐다.

이를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 결과와 결부시켜 보면, 우리나라는 2006년 초대 선거에서 앞서 3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기권했지만 인권이사국에 선출됐고,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선거에서도 앞서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과 무관하게 인권이사국 재선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0월 인권이사국 선거에선 앞서 3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으로 돌아섰는데도 영향을 받지 않고 당선됐다.

정리해 보면 여당 주장처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인권이사국 당락에 변수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나 정황을 찾기는 어렵다. 외신 보도를 살펴봐도 이번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 결과에 비판적인 반응이 다수고, 한국의 대북 정책이나 인권 상황을 거론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미숙한 정상외교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서 비롯된 공영방송 억압 논란 등 국내 상황이 인권이사국 낙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야당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도 찾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외교적 해결 촉구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러시아·우크라 전쟁 외교적 해결 촉구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외교부는 인권이사국 낙선의 주된 원인을 선거전략 실패로 보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낙선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금년 (여러) 선거에 (한국이) 과다한 입후보를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가 예년보다 많은 14개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재외공관망 중심의 교섭력이 분산·약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2018년 9개, 2019년 11개, 2020년 11개, 2021년 10개의 국제기구 선거에 출마했다.

우리나라 인권이사국 낙선의 원인을 국제 정세 변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양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신냉전'으로 불리는 국제사회의 진영 논리 강화 움직임으로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역대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 결과를 보면 낙선한 올해 성적표는 그 이전 결과와 득표수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은 2006년 초대 이사국 당선 때는 148표를 받아 7위를 했고, 2008년 연임(139표 3위), 2012년 당선(176표 4위), 2015년 연임(136표 4위), 2019년 당선(165표 공동 2위) 등의 성과를 내다 올해는 123표, 5위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탈국은 주로 제3 세계 비동맹 국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인 백범석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국제기구 선거를 아주 잘해왔고 통상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140∼150표를 받아왔는데 최근 선거에선 120표 정도가 나오는 것 같다"며 "결국 탈냉전 시대가 끝나고 신냉전 시대가 왔다. 중국이 전면에 나서면서 국제인권법 가치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3 세계 비동맹 국가들을 우리 입장에서 잘 추슬렀어야 하는데 거기서 20표 정도가 이탈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한국의 인권이사국 낙선은 국제사회 지형 변화에 따른 결과"라며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의 신장위구르 결의가 부결된 것처럼 제3 세계의 중국 지지세가 늘어나면 향후 국제 인권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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