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韓商] ⑧ 현지화로 사업 다각화한 키르기스 오상택 회장
송고시간2022-10-29 18:05
韓 건설자재·의료장비·화학제품 수입·판매, 병원·카페 운영
매달 현지 취약계층 돕는 의료봉사 앞장…"나눌 수 있어 행복"
(여수=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키르기스스탄에서 대박을 터트리겠다면서 한 가지에 몰방하는 비즈니스는 실패할 위험이 큽니다. 규모가 작아도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사업을 전개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한국 건설자재·의료장비·석유화학제품 등을 수입하는 무역업과 병원 및 베이커리카페도 운영하는 오상택(52) 유니온 그룹 회장. 그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철저하게 현지화·다각화한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회장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연합뉴스와 여수 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26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유니온 그룹은 코스모스 벽지 현지 대표부, 바닥 필름을 취급하는 펠릭스 코리아의 현지 대표부 및 총판, 우성화학의 데코타일 총판, 피부과 클리닉과 카페 운영 등으로 연간 400만 달러(약 57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대학 졸업 후 여러 건설회사에 다닌 그는 연합강건 재직 시 필리핀 파견을 거쳐 2003년 키르기스스탄 주재원으로 수도 비슈케크에 첫발을 디뎠다.
현지 정부 발주 사업인 고속도로 건설 입찰을 2년간 준비했는데 2005년 혁명이 발생해 파트너에게 문제가 생겼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2006년 회사가 철수할 때 현지에 남은 그는 무역업을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사업을 넓혀갔다.
안정된 직장을 나와 연고도 없는 곳에서 창업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3년간의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인맥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
오 회장은 "유목민의 후예인 키르기스스탄인들은 자부심이 강하므로 개발도상국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예를 들어 차량 접촉사고가 나면 차에서 내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서로 악수부터 한다"며 "어른을 공경하는 등 예의범절을 잘 지키고 비즈니스도 감추지 않고 솔직한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죽 전문회사 프랜차이즈를 비슈케크에 냈고, 병원 환자들에게 납품하고 있다.
그는 "육식 위주 식문화라서 환자에게 적합한 음식이 없는 것을 보고 시작했는데 병원 호응이 좋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월드옥타 활동을 한 그는 비슈케크 지회장 재직 중이던 2019년 그곳에서 '2019 CIS·유럽 경제인대회'를 열어 키르기스스탄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독립국가연합(CIS) 담당 부회장으로 각 국가 간 네트워크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 한국 병원과 합작해 세운 유레카피부과 클리닉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유일한 모발이식 및 백반증 치료 병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나눌수록 성공한다'는 신조가 있는 그는 현지 한인 의료인으로 구성된 봉사단인 프로페셔널글로벌메디컬(PGM)을 꾸며 의료봉사도 펼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시골을 찾아 치과·피부과·가정의학과·침술 등의 진료를 한다.
오 회장은 "19년째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인들의 도움 덕분이라서 당연한 보답"이라며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뿌듯해했다.
wakar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10/29 1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