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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퍼스트도그, 퍼스트캣…풍산개 반환 논란 유감

송고시간2022-11-08 14:24

2018년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송강'(왼쪽)과 '곰이' [청와대 제공 자료사진]

2018년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송강'(왼쪽)과 '곰이' [청와대 제공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논설위원 = 정치인과 반려동물은 유달리 가까운 관계로 보여 왔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머리를 쓰다듬고, 안고, 함께 산책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대부분 오래전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해왔던 자연스러운 삶이 투영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중에는 인간미 넘치는 푸근한 동네 주민의 모습을 보여줘 유권자의 호감을 사려는 '이미지 메이킹' 목적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역대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많았다. 미국 대통령들 역시 그렇다. 역대 대통령 중 상당히 많은 이들이 개를 길렀다.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면 항상 '퍼스트 도그(First Dog)'에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 역시 작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저먼셰퍼드종인 반려견 '챔프'와 '메이저' 두 마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13살이던 챔프는 작년 6월 세상을 떠났고, 백악관 입성 당시 3살이었던 메이저는 보안요원을 무는 사고가 일어나며 백악관을 떠났다. 그러자 바이든 동생 부부가 지난해 말 저먼셰퍼드 수컷인 '커맨더'를 생일 선물로 백악관에 보내줬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반려견 '커맨더'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반려견 '커맨더'

전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재임 당시 퍼스트도그 '보', '서니'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오바마는 2021년 포르투갈 워터도그종인 보가 숨지자 "진정한 친구이자 충성스러운 동반자를 잃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에 개를 들이지 않아 윌리엄 매킨리 이후 120년 만에 개를 키우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도 소문난 애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0년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로부터 셰퍼드 종인 '버피'를, 2011년에는 일본으로부터 아키타 암컷 '유메'를 선물 받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집권한 거의 역대 모든 프랑스 대통령들도 엘리제궁에서 퍼스트도그를 키웠다. 에마뉘엘 마크롱은 2017년 유기견보호소에서 래브라도와 그리폰종이 섞인 강아지를 입양, 프랑스가 자랑하는 작가 쥘 베른이 1869년 쓴 '해저 2만리'의 주인공 네모 선장을 따서 '네모'라고 이름을 지었다.

2017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반려견을 선물받고 있는 푸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반려견을 선물받고 있는 푸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개뿐 아니라 고양이 등 지도자와 함께 관저에 입성하는 반려동물은 늘고 있다. 바이든은 올해 초 두 살짜리 고양이 '윌로'를 반려묘로 데려왔다. 백악관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고양이 '인디아'가 있었다.

역대 우리 대통령들도 개를 가까이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부터 키우던 스패니얼종 4마리를 경무대에서 키웠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진돗개가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진돗개와 요크셔테리어를 각각 키웠다고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북한에서 풍산개 한 쌍을 선물 받았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김 전 대통령에게 '자주'와 '단결'이라는 이름의 풍산개를 선물했다. 한국에 오면서 '우리'와 '두리'로 이름이 바뀐 두 개는 그해 11월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전시되어 왔고, 2013년 자연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청와대 입성시 주민들에게 강아지 두 마리를 선물 받아 청와대에서 키웠다. 하지만 그는 탄핵을 당한 뒤 진돗개를 청와대에 두고 나오면서 일각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2018년 10월 한 인터뷰 진행자에게 소개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 제공 자료사진]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2018년 10월 한 인터뷰 진행자에게 소개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 제공 자료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2018년 9월 선물 받아 키우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최근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세한 반환 이유나 경위는 문 전 대통령 측과 현 대통령실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이를 두고 "사육비까지 혈세로 충당해야겠느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라면서 정치권에서 여야가 설전까지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작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 가구의 15.0%인 312만9천 가구로 조사됐다. 7가구 중 1가구꼴로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많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반려동물은 가족처럼 들어와 있음을 통계치는 보여준다. 풍산개 반환 논란이 불편하고 유감스러운 이유다.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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