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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 아름다운 카니발리즘 로맨스…영화 '본즈 앤 올'

송고시간2022-1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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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즈 앤 올'
영화 '본즈 앤 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매런(테일러 러셀 분)과 그의 아빠(앙드레 홀랜드)는 떠돌이 신세다.

매런이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식인(食人) 행위를 할 때마다 원래 살던 곳에서 도망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딸이 버거웠던 아빠는 18세가 된 매런에게 약간의 돈과 출생증명서, 음성메시지가 녹음된 테이프를 남겨두고 떠난다.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엄마의 이름과 고향이 출생증명서에 적힌 것을 발견한 매런은 엄마를 찾아 미네소타주로 향한다.

엄마를 만나기 위한 여정에서 매런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 만난 동족 설리(마크 라이언스)를 통해 그는 자신과 같은 본능을 지닌 이터(Eater)가 소수지만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같은 종족이나 죽음을 앞둔 사람을 냄새로 구분하는 법을 알게 된다.

영화 '본즈 앤 올'
영화 '본즈 앤 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번째로 만난 '이터' 리(티모테 샬라메)와는 금세 친구가 된다.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부모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했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위로하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간다.

'본즈 앤 올'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다. 루카 과다니노 감독은 빼어난 연출력으로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를 두 주인공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 공포와 로맨스라는 두 개의 상반된 장르를 융합해냈다.

작품 속 식인 행위는 단순히 작품의 고어적 특성을 살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매런과 리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한 채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저넬(클로이 세비니)은 "내가 원한 건 사랑이었지만 허락된 건 철장과 닫힌 문 뒤의 좁은 공간뿐이었다. 사랑의 세계에 괴물은 존재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딸 매런에게 전한다.

영화 '본즈 앤 올'
영화 '본즈 앤 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본능적 욕구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버림받고 타자화되며 결핍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터들은 우리 사회 속 소외된 이들을 향한 메타포로 작동한다.

과다니노 감독은 영화에 대해 "불가능한 사랑, 사회에서의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것, 그리고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내 영화는 전부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것이다. 관객이 발견의 여정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79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감독이 그동안 보여줬던 전작의 특징과 장점을 결합해 만든 결정체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 중서부의 탁 트인 전경, 소년·소녀의 첫사랑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속 이탈리아 남부의 전경과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이터'들의 식인 행위는 '서스페리아'(2018) 속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영화 '본즈 앤 올'
영화 '본즈 앤 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이어 과다니노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티모테 샬라메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주홍색으로 물들인 머리, 낡아서 해진 듯한 의상, 반항적인 눈빛으로 상처와 불안함이 기저에 깔린 인물 리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30일 개봉. 131분. 청소년 관람불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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