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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키우는 '3천원 김치찌개' 신부…"꿈 있는 청년 지원"

송고시간2022-11-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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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출연 후 기부 급증·청년 위한 식당 3개로 늘려

이태원 참사에 "미안하다…용기 잃으면 안 된다"

3천원 김치찌개 식당의 밥
3천원 김치찌개 식당의 밥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에서 이문수 신부가 밥솥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이 신부는 끼니를 굶는 청년을 위해 5년 전부터 3천원짜리 김치찌개를 파는 청년밥상 문간을 시작했다. 2022.11.17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끼니를 굶는 청년을 위해 3천원짜리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을 5년째 운영 중인 이문수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가 기획한 '2030 청년영화제'가 17일 개막한다.

완성작을 출품하는 기존 영화제와 달리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없거나 한 번 정도인 청년을 선발해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이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실험적인 방식을 택했다.

2030 청년 영화제 포스터
2030 청년 영화제 포스터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보 감독들이 시한 내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영화제 자체가 무산될 위험도 있지만 이번에 2회째를 맞이했다.

행사 기간도 작년의 3배인 사흘로 늘려 그럴듯한 외형을 갖췄다.

청년을 위한 식당 '청년밥상 문간'
청년을 위한 식당 '청년밥상 문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에서 한 남성이 이동하고 있다. 이문수 신부가 끼니를 굶는 청년을 위해 5년 전 시작한 이 식당에서는 3천원짜리 김치찌개를 팔고 있다. 2022.11.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서울 성북구 정릉동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이 신부는 청년과 이야기할 소재를 마련하기 위해 영화를 함께 보는 행사를 한 것이 영화제를 기획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어떤 재미있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옥상에서 영화를 보고 대화하는 '달빛 영화제'를 시도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해 청년을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아예 영화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끼니를 걱정하던 이 신부가 영화감독 육성에 뛰어든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그는 "영화에 관심이 있는 꿈 있는 청년을 지원해보자는 취지"라며 "식당도 청년을 응원하는 일로서 하는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꿈을 응원한다는 마음"이라고 공통점을 강조했다.

신인 감독의 영화 촬영 장면
신인 감독의 영화 촬영 장면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업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을 초빙해 신인 감독 멘토링을 하는 것이 이 신부가 추진한 영화제의 매력이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면 이론이나 실기를 배우지만 멘토링까지 받기는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은 지원인 셈이다.

재정적 측면에서는 촬영 시작 전 편당 100만원을 지급하고, 촬영 후 후반 작업을 위해 300만원 이상씩을 지원했다고 한다.

올해는 6명의 신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공개된다. 영화제 세부 정보는 청년문간 홈페이지(https://youthmunga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신부는 "점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키우고 싶다"며 "나중에는 유수의 독립 영화제나 단편 영화제에도 출품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인 감독의 영화 촬영 후 가공 작업 모습
신인 감독의 영화 촬영 후 가공 작업 모습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신부가 이사장을 맡은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각계의 폭발적 지원이 청년 감독 육성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다.

청년문간의 공익법인 결산서를 확인해보니 2020년에는 8천300여만원에 불과하던 기부금품이 작년에는 11억6천만원 수준으로 늘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소액 기부가 대폭 늘었다. 방송인 유재석도 5천만원을 쾌척했다.

청년을 위한 김치찌개 그림
청년을 위한 김치찌개 그림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의 사무실에서 과거 이 식당을 즐겨 찾던 한 청년이 그려서 기증한 그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식당의 메뉴인 김치찌개(라면 및 햄 추가 상태)를 그리고 후원자 등의 이름을 여백에 써넣었다. 2022.11.17

이 신부는 "청년을 위해 쓰라고 주신 돈이라서 식당도 늘렸다"고 소개했다.

정릉동에 있는 1호 식당 외에 이화여대 근처, 낙성대 인근까지 모두 세 곳이 청년들의 한 끼를 지원하고 있다. 세 식당의 하루 이용자를 합하면 약 400명 수준이다.

2017년 말 식당을 시작했을 때부터 김치찌개 가격을 3천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밥은 추가 요금 없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게 한다.

옥상 휴식 공간 정리하는 이문수 신부
옥상 휴식 공간 정리하는 이문수 신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의 옥상에서 이문수 신부가 의자에 고인 빗물을 제거하고 있다. 이 신부는 끼니를 굶는 청년을 위해 5년 전부터 3천원짜리 김치찌개를 파는 청년밥상 문간을 시작했다. 2022.11.17

이 신부는 "당시 대학 학생 식당이 2천500∼3천500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전쟁의 여파로 8천∼9천원 정도로 올랐다고 한다"며 "여기 김치찌개 1인분 원가가 4천몇백원 수준이라서 많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각계 후원 덕에 청년을 지원하는 사업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이 신부는 이용자들이 남긴 메모가 빼곡하게 붙은 식당 입구로 기자를 안내했다.

청년 위한 식당 이용자가 남긴 메모
청년 위한 식당 이용자가 남긴 메모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 입구에서 이문수 신부가 벽에 붙은 이용자 메모를 보여주고 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또 3그릇 먹었습니다"라는 한 이용자의 메모에 이 신부가 "듣던 중 행복한 이야기입니다"라는 답글을 달아놓았다. 2022.11.17

그가 손으로 들춘 자리에는 "신부님 죄송합니다. 또 3그릇 먹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이 신부가 남긴 "듣던 중 행복한 이야기입니다"라는 답글도 보였다.

이 신부는 "'이런 식당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런 식당은 망하면 안 된다'는 글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위로를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청년밥상 문간 이용자들이 남긴 메모
청년밥상 문간 이용자들이 남긴 메모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 입구에서 이문수 신부가 벽에 붙은 이용자 메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런 메모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고 밝혔다. 2022.11.17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필요하다면 (청년들을 위한) 이런 식당을 많이 만드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저희와 같은 식당이 필요 없는 사회"라고 답했다.

청년 응원에 여념이 없는 이 신부는 이태원 참사에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청년을 위한 김치찌개 식당 모습
청년을 위한 김치찌개 식당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소재 식당인 '청년밥상 문간'에서 봉사자와 이 식당에서 일하는 청년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문수 신부는 끼니를 굶는 청년을 위해 3천원짜리 김치찌개를 파는 이 식당을 시작했다. 음식을 싸게 팔지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2.11.17

젊은이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미안하다, 기성세대가 이것밖에 안 되어 미안하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용기를 잃으면 안 된다. 청년들이 청년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면서 "기성세대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고 청년들이 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귀 기울이지 않는 세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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