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예인 매니저들이 평가하는 드라마 '연매살' 현실성은
송고시간2022-11-22 07:00
나이·육아 때문에 캐스팅·연기 제약?…"실제로 많이 들은 이야기"
"엔터업계 뒷이야기, 배우와 매니저들의 애환 잘 그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전화는 24시간 열려있어야 해. 먹고, 자고, 싸고, 씻을 때도 받아야 하고. 야근은 시도 때도 없이, 밤샘은 빈번. 사생활 보장은 못 해. 괜찮아?"(극 중 천제인 대사)
대형 연예기획사 매쏘드엔터테인먼트의 경력 14년 차 매니지먼트 팀장 천제인(곽선영 분)은 매니저 일을 배워보고 싶다는 소현주(주현영)를 앞에 앉혀놓고 이같이 말한다.
소현주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수습 교육 첫날부터 소속사 간판 배우 조여정한테 말실수하는 바람에 일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짐 싸서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만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과 일하는 매니저들의 일상과 애환을 그린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이하 '연매살')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현실적인 고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스타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조명 뒤에서 고군분투하는 매니저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지만, 동시에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담고 있다.
드라마에는 매회 다른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화에 특별 출연한 배우 조여정은 극 중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꿈에 그리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캐스팅을 거절당한다. 설득 끝에 피부과 시술을 받는 조건으로 캐스팅에 합의하지만, 조여정은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기로 하며 작품을 포기한다.
매니저로 일한 지 10년 정도 됐다는 한 연예 기획사 팀장 A씨는 1회 에피소드가 특히 공감 간다고 꼽았다. 그는 "배우로서 정상을 찍고 그만 내려와야 하는 시점이 있는데, 매니저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배우에게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며 "현실적으로 배우와 매니저가 언젠가 한 번쯤 겪는 고민을 잘 담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실제 성격과 그들이 처한 상황 등을 반영한 극본도 현실감을 더한다. 2화에서 티격태격하는 라이벌 사이로 등장한 배우 진선규와 이희준은 과거 극단 생활을 함께했던 경험을 극 안에서 녹여냈고, 3화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역으로 함께 등장한 배우 김수미와 서효림은 실제로도 고부지간이다. 육아와 연기를 병행 중인 배우 수현은 드라마 속에서 출산 후 배우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슬럼프를 그려냈다.
'연매살'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업계의 현실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고증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 B씨는 "같은 학교 동창인 배우들이 은근한 경쟁의식을 느낀다거나, 배우들이 아이를 돌봐줄 이모님을 구하느라 고군분투한다는 얘기는 실제로도 주변에서 많이 들리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매니저로 일한 지 12년이 됐다는 다른 연예기획사 종사자 C씨는 "드라마에서처럼 한 엔터테인먼트 팀장이 저렇게 많은 쟁쟁한 배우들을 관리한다는 부분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 외에 많은 부분은 제작진이 업계를 많이 조사했다는 티가 난다"고 평했다.
C씨는 "기획사 간 매니저 이적을 묘사한 부분도 현실적이었다"며 "실제로도 매니저가 기획사를 옮기면 배우들이 쫓아가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스카우트 경쟁이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드라마 '디스푸썽'('Dix pour cent')을 원작으로 하는 '연매살'은 원작 캐릭터 설정과 전개를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곳곳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디테일을 입혔다.
매니저들은 까다롭게 구는 배우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제작사를 통해 김은희 작가 신작 대본을 미리 손에 넣는다.
작가는 연기보다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에 신경 쓰는 배우를 보며 치를 떨고, 감독은 현장에서 유치한 신경전을 벌이는 배우들 때문에 애를 먹는다.
연출을 맡은 백승룡 PD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실성이었다"라며 "진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출연한 배우들과 사전인터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고, 그들이 가진 이야기를 작가들과 함께 많이 이야기했다"라며 "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정말 많이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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