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년 김대건, 위대한 모험에 나서다…영화 '탄생'
송고시간2022-11-24 08:11
가톨릭 사제 넘어 '청년 김대건' 생애 조명…교황청 시사회 '호평'
교황, 윤시윤에 "성인 얼굴 가졌다" 덕담…암투병 안성기도 출연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가 험난한 모험에 앞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건넨 말이다. "어려운 건 배우기 전에만 그래"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결의도 밝힌다. 3천574일이라는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감행했던 김대건은 천주교 사제에 앞서 청년이었다.
영화 '탄생'은 청년 김대건의 위대한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김대건이라는 이름 석 자는 신부, 사제, 순교 등 가톨릭 성인으로만 기억돼 왔지만, 영화는 종교적 인물을 넘어 25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다간 조선의 한 청년을 조명한다.
김대건은 조선 후기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이 커지던 때 신학생으로 선발돼 동기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마카오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동기보다 뒤늦게 신학생으로 합류했음에도 라틴어와 불어 등 외국어와 신학을 빠르게 익히며 성장한다. 아편 전쟁 등으로 조선으로 돌아가는 일이 어려워지자 필리핀, 중국에 머물며 육로와 해상을 통해 귀국을 모색한다.
작은 목선에 의지해 타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건너고, 눈이 뒤덮인 국경지대를 넘어 김대건은 1845년 천신만고 끝에 조선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사목활동의 꿈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외국인 신부들의 조선 내 잠입로를 개척하다 관군에 체포돼 새남터에서 순교한다.
당시 그에게 극형을 내릴지를 두고는 조정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작품 속에 그려진다.
김대건이 사학죄인(邪學罪人)이긴 하나 서양 문물에 밝았고, 프랑스 등 외국 군대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 적을 잘 아는 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대건은 옥중에서 관가 요청으로 세계 지리 등에 관해 편술하고, 세계지도를 번역·색도화(色圖化)하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청년 김대건의 모험에 할애돼 그의 생애 마지막 여정인 순교는 비교적 짧게 다뤄진다. 그런데도 긴 러닝타임 동안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김대건 역의 윤시윤은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보필하는 천주교인을 연기한 이문식, 윤경호 등은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최근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진 국민배우 안성기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수석 역관 역할을 소화했다.
영화 '탄생'은 국내 시사회에 앞서 교황청에서 먼저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교황청 시사회에 앞서 제작진, 출연 배우 등을 만난 자리에서 "천만 관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교황은 김대건 역의 윤시윤에게는 "성인의 얼굴을 가졌다"고 언급해 함께 자리했던 이들이 놀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시윤은 23일 언론 시사회에서 이런 일화가 소개되자 "(교황의) 농담이긴 한데, 칭찬을 그렇게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며 "그렇게(김대건 신부처럼) 살라는 무겁고 엄중한 말씀이셨던 것 같다. 영광스러운 말씀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김대건 역이) 부담됐지만 거룩한 사명을 가지고 도전했다"며 "배우로서 결점, 단점, 부끄러운 모습이 김대건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말했다.
30일 개봉. 150분. 12세 이상 관람가.
edd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11/24 08: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