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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어울려 함께 하면 재미있어" 30여년 봉사 정정숙씨

송고시간2022-11-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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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봉사 패턴도 달라져…대면 봉사 재개되길"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힘들다 싶었으면 계속 하지 못했을 텐데, 어울려 함께 하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인터뷰하는 정정숙씨
인터뷰하는 정정숙씨

[촬영 전지혜]

봉사 경력만 30여년에 달하는 정정숙(67)씨는 "처음 시작했을 땐 제가 막내였는데, 지금은 제가 연장자에 속한다"면서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봉사활동에 재미를 느껴 주기적으로 다니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는 자원봉사라는 개념조차 희박하던 1989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딸이 다니던 학교의 서예 교실에서 만난 학부모들이 서귀포의 한 양로원에 봉사활동을 간다는 말을 듣고 바람도 쐴 겸 따라갔다.

장갑도 없이 물이 졸졸 나오는 데서 손발로 직접 이불을 빠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활동을 하고 왔는데도 즐거웠다고 한다.

그는 "여럿이서 어울려 함께 하니 재미도 있었고, 또 제가 가지 않으면 기다리신다고 하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고향이 아닌 제주에 정착해 주부로 4남매를 키우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지쳐있던 와중에 탈출구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1366 제주센터 가정폭력 예방 캠페인
1366 제주센터 가정폭력 예방 캠페인

[정정숙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은 어느덧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제주여성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며 노인, 장애인, 청소년, 아동,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회원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요양원을 찾아 청소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김밥을 수백 줄씩 말기도 하고, 소년원에 매달 찾아가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노숙자, 독거노인 등을 위한 급식 봉사에도 나서 2000년부터 22년간 급식 봉사한 시간만 1천800여시간에 달한다.

대학병원과 의료원 등을 찾아 환자와 가족이 겪는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호스피스 봉사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 긴급전화 1366제주센터에서 가정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예방 등의 활동을 한 지도 18년이 됐다.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하며 잊지 못 할 일들도 많았다.

요양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사람이 찾아와주는 것만으로도 반겨주는 데다가 한 할아버지가 봉사자들 주려고 사탕을 보관해뒀다가 다 녹은 채로 줘서 마음이 뭉클한 적도 있었다.

또 소년원에서 얼굴을 익힌 아이를 나중에 밖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거수경례를 '척' 하며 인사하기에 '많이 컸구나' 싶으면서도 걱정부터 됐다며 "정말 예쁜 아이들인데, 불우한 환경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 모두 사회에서 잘 지내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시설 봉사활동
노인복지시설 봉사활동

[정정숙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양원 봉사와 호스피스 활동 등을 오래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이별의 아픔도 많이 겪었다.

그는 "활동하며 종종 뵈었던 한 어르신이 안 계시길래 물어보니 돌아가셨다고 해서 마음이 철렁했었다"며 그렇게 마음 아파한 뒤로는 갑자기 자리를 비운 분들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게 됐다고 했다.

또 "급식 봉사를 할 때 이웃에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가 종종 오셨었는데, 하루는 식사 도중 할머니 생각이 나시는지 펑펑 우시더라"며 "그러고서 며칠 뒤 할아버지가 보이시지 않아 알아보니 돌아가셨다고 해서 트라우마처럼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았다"고 말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이렇게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남편 김영환씨는 아내가 활동하는 여성자원봉사센터가 폐식용유로 재생비누를 만들 때 비누를 건조할 수 있는 팔레트를 마련해주는가 하면 차량을 동원해 무거운 비누를 운반해주는 등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그렇게 재생비누를 만들어 판매한 돈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급식비 등으로 지원됐다.

김씨는 아내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공로로 2003년 '외조상'(제주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딸과 함께 지금 중학생인 손녀가 초등학교 때부터 양로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등 3대째 이웃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양로원 봉사활동 나선 정정숙(오른쪽)씨와 손녀
양로원 봉사활동 나선 정정숙(오른쪽)씨와 손녀

[정정숙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 베테랑인 그에게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크게 다가왔다.

봉사자들 역시 요양원 등 시설에 드나들지 못하게 됐고, 무료 급식 봉사는 식료품 전달 등으로 바뀌는 등 '대면 봉사'에 큰 제약이 생기며 봉사활동 패턴에 많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활동을 멈추지 않고 비대면 또는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입력 봉사를 시작, 벌써 11권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를 계속하면 눈이 아파서 오래 하진 못하지만 집에서 짬짬이 할 수 있어서 좋고, 이런 식으로라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으니 좋다"며 "나이 든 사람도 독수리 타법으로도 하는데, 컴퓨터 사용이 능숙한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권하기도 했다.

또한 해수욕장과 시장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1366 제주센터 가정폭력 예방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해안가 등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도 하는 등 야외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제6회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으며 2016 자원봉사 유공 국무총리 표창, 2019년 제주자원봉사대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제43회 김만덕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만덕상과 함께 받은 상금 500만원은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와 제주양로원에 기부했다.

그는 "공무원 출신 지인이 제가 43회 만덕상을 받은 것에 대해 '제주도에 있는 43개 읍·면·동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봉사하라는 의미'라는 말을 해주더라"며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전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활동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다양한 봉사활동이 재개되는 날을 바랐다.

김만덕상 수상한 정정숙씨
김만덕상 수상한 정정숙씨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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