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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00명, 하루 2명꼴로 중대재해 사망…자율규제로 감축될까

송고시간2022-11-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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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에도 8년째 정체…중대재해법 이후 사망자 오히려 늘기도

패러다임 전환해 감축 유도…노동계 "중대재해법 무력화" 반발

지난달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의 근로자 추락 사고 현장 향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들
지난달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의 근로자 추락 사고 현장 향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이재영 기자 = 정부가 기업 자율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한 것은 규제·처벌에 방점을 둔 기존 정책으로는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는 정부가 제시하는 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해 반드시 지키도록 할 계획이다.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규제·처벌의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기업 자율에 따른 사전 예방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노동계에서는 결국 시행 1년도 안 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작년 사망사고 만인율 OECD 34위…2026년 OECD 평균 수준 감축

일하다가 추락·끼임·부딪힘 등의 사고로 숨진 근로자를 일컫는 중대재해 사망자는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감소세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도별 중대재해 사망자는 2003년 1천311명에서 2013년 1천90명으로 줄어든 뒤 이듬해 992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천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2019년 855명에서 2020년 882명으로 늘었지만, 작년에는 828명으로 줄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선진국과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 수)은 0.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멕시코, 터키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0.05, 스웨덴·독일은 각각 0.07, 영국은 0.08로 1∼4위다. 0.43은 영국의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이다. 한국의 사고사망 만인율은 8년째 0.4∼0.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를 줄이고자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고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 처벌을 강화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CEO 처벌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한편 대전 아웃렛 화재, SPC 계열사 제빵공장 끼임사고, 안성 물류창고 붕괴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산업 특성상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제조·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33.0%)이 높고 원·하청이 이중구조화돼 있는 것 등이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한 만큼 안전 분야에서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OECD 국가별 사고사망 만인율 현황
OECD 국가별 사고사망 만인율 현황

[고용노동부 제공]

◇ 영국·독일은 어떻게 줄였나…'자율'이 핵심

정부는 이번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선진국 정책 사례를 참고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노사 의견을 청취했다. 특히 영국과 독일 사례를 많이 연구했다.

영국에서는 노동당 의원과 노동부 장관 등을 지낸 알프레드 로벤스(1910∼1999년)가 1972년 작성한 '로벤스 보고서'가 유명하다.

이 보고서는 1960년대 영국에서 대규모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작성됐다. 현재 영국의 안전보건 법제는 이 보고서 내용을 대폭 수용해 만들어졌다.

200여 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정부 등 외부 기구에 의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극심한 한계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율 규제 시스템'을 제시했다.

독일 역시 규제·처벌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율 예방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두 나라는 사고사망 만인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업장에는 여전히 '빨리빨리' 문화가 남아 있고 안전체계 구축을 '돈 드는 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은 서류 작업을 통한 일시적·면피성 대응에 치중하고, 중소기업은 아예 안전 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자율'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한 듯 사실상 같은 의미인 '자기규율'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면 근로자 사망사고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과 독일 등도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할 당시 많은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 같은 방식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국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 중대재해처벌법도 손볼 듯…노동계 반발

노동부 관계자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작동되면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이 발굴·개선되는 체계가 정착돼 중대재해 감축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예시도 제시했다.

한 물류센터에서는 근로자가 지게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이어지자 사고 예방을 위해 신호수를 배치했지만, 신호수마저 지게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이 물류센터는 공동 안전보건 관리자의 지원을 받아 사업장 위험성을 스스로 평가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작업 동선을 분석해 지게차와 근로자가 다니는 구역을 구분하고, 근로자가 일정 반경 내에 들어오면 지게차가 멈추도록 하는 충돌방지 장치를 설치하게 된다. 장치 마련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위험성 평가는 2013년 국내에 도입됐지만, 제반 법·제도 미비로 거의 유명무실했다.

정부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 위험요인 발굴·개선'과 '재발 방지'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위험성 평가의 현장 안착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안전보건 규칙은 처벌과 예방 규정으로 분류된다. 이것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는 추락 방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뒤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처럼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됨에 따라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비슷한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실제 경영계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많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법과 관련해서는 형사 처벌 강화, 경영책임자(CEO) 처벌 대신 과징금 부과로 전환, 산업안전보건법과 일원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제재 방식 개선안은 내년에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논의 과정이 필요한데 올해 1월 시행된 법이 아직 안착하기도 전에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야당과 노동계에서 사실상 경영자 처벌 규정을 완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논란 속에 경영자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

중대재해 감축 추진 방향 총괄
중대재해 감축 추진 방향 총괄

[고용노동부 제공]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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