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지시위'에 외세개입 딱지 붙여 확산 차단 나서나
송고시간2022-11-30 11:32
'시위참가자=매국노' 프레임…경찰출신 천원칭 정법위 서기가 대응 주도

(홍콩 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홍콩 홍콩대에서 중국 본토 유학생들이 중국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2022.11.30 clynnkim@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고강도 제로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중국 각지에서 벌어진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이 '적대세력의 침투'를 거론함에 따라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서방의 개입 프레임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28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전체회의는 "법에 따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및 범죄 행위를 결연히 단속해 사회 전반의 안정을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회의 내용을 담은 신화통신 기사는 시위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지난 주말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난 이튿날 열린 회의였다는 점에서 후속 시위 대응 기조를 천명한 것으로 읽혔다.
중국 공산당 문건에서 '적대세력'은 외국의 반중국 세력과 중국 내 공산당 반대 세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적대 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은 각지에서 발생한 시위에 외국 배후세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 맥락에서 지난 27일의 베이징 시위가 미국을 포함한 각국 대사관들이 밀집한 량마차오루(亮馬橋路) 일대에서 열린 이후 경찰이 28일 밤 량마차오루 일대, 29일 밤 또 다른 대사관 밀집 지역인 르탄(日壇) 공원 주변에 경찰력을 대거 투입해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주말인 26∼27일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봉쇄 중심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뒤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후속 시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경찰력이 대거 동원됐다. 29일 밤 각국 주중대사관이 밀집한 베이징 차오양구 르탄(日壇)공원 주변에 경찰 차량이 대거 배치된 가운데, 일부 차량이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다. 2022.11.29
시위는 지난달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 이후 고강도 봉쇄의 여파로 화재 진화가 지연됐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확산했다.
정권 타도 목소리도 개별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에 의해 제기됐지만, 시위는 본질상 우루무치 화재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 봉쇄 해제 및 전수 PCR 검사 중단 요구 등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피로와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베이징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적대세력'을 거론한 것은 일반 중국인들과 시위 참가자를 '갈라치기'하는 한편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엄정 대응의 논리를 만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동시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기에 확산한 일반 대중의 '애국주의' 정서를 활용, '시위 참가자=매국노' 프레임을 만듦으로써 향후 시위에 대한 동조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중도 읽힌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지도급 인사들이 잇달아 중국의 평화 시위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안의 향후 전개 여하에 따라 중국과 서방 간 또 하나의 대립 소재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미 상하이에서 시위 취재 도중 체포돼 폭행을 당했다는 영국 공영방송 BBC 기자의 증언이 나온 뒤 중국과 영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28일 리시 수낵 총리의 대중국 비판 발언에 이어 29일 주영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중국 외교부는 29일 대변인 브리핑 때 영국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 사례와 BBC의 중국 내 취재 관행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시위 강경 대응 기조가 나온 중앙정법위 전체 회의를 주재한 천원칭 중앙정법위 서기가 백지시위 대응의 전면에 나선 양상이다.
경찰 출신인 천 서기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정보기관이자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 부장으로 재직한 뒤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거쳐 경찰과 검찰 등을 총괄하는 중앙정법위 서기로 발탁됐다.
중국을 이끄는 중앙정치국 위원(24명)에도 포함됐고, 역시 경찰 출신인 왕샤오훙 공안부장과 함께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로도 임명됐다. 경찰 관료 출신이 2명이나 중앙서기처 서기 진용(현재 총 7명)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회 안정을 고도로 중시하는 시 주석의 의중이 투영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직 경력 내내 체제 수호의 최전선에서 몸담아온 천 서기 입장에서는 자신을 높이 중용한 시 주석이 3연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단호한 대응으로 자신의 충성심을 입증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전체회의 보도문에도 "시진핑 법치사상과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을 심도 있게 관철", "'두 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미 깊이 각성', "'두 개의 수호'를 결연히 해낼 것" 등과 같은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낸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두 개의 확립'은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全黨) 핵심 지위 확립과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의미하고 '두 개의 수호'는 '시진핑 총서기의 당 중앙 핵심 지위 및 전당 핵심 지위, 그리고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 영도를 각각 결연히 수호한다'는 의미다.

(케임브리지[미국]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에서 학생과 교직원 약 100명이 중국의 강력한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도중 한 남성이 대학 창립자인 존 하버드의 동상에 마스크를 씌우며 눈을 가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다. 2022.11.30 alo9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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