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다리에 가락지하고 목에 밴드 찬 새들
송고시간2022-12-15 06:06
철새 이동 연구 목적 부착…휴대전화 기반 첨단방법도 동원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최근 강원 동해안 한 하천을 찾은 큰기러기의 양다리에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였다.
망원경과 망원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니 은색의 금속 가락지이다.
선발대로 온 듯 혼자인 큰기러기는 먹이 활동을 하거나 비행을 하는 모습이 자유로워 가락지가 크게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큰기러기는 하루 지난 뒤 어디론지 훌쩍 떠났다.
지난해 10월 하순 강릉 한 하천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제201-3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혹고니 1마리의 목에는 커다란 밴드가 부착돼 있었다.
멀리서 봐도 목에 두른 파란색 밴드가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 밴드는 목에 약간 꽉 끼인 듯 보여 다소 안쓰럽기도 했다.
이렇듯 탐조하다 보면 철새들의 목이나 다리, 날개 등에 밴드(band)나 유색 및 금속 가락지(ring), 플래그(flag), 윙태그(wing tag)가 설치 또는 부탁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각 국가의 연구기관 등에서 철새 이동 경로 연구를 위해 새에 가락지 등을 부착해 조사하는 것이다.
모래톱이 있는 동해안 하천은 철새들이 거쳐 가는 이동 경로여서 이처럼 가락지나 플래그, 밴드 등을 한 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플래그와 가락지를 부착한 노랑발도요, 꼬까도요 등도 관찰된 적이 있다.
새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하는 조사는 비용이 저렴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고유의 일련번호가 부여된 가락지나 플래그를 새에 부착한 뒤 방사해 철새의 이동 경로와 수명, 외부형태, 깃털 갈이, 생태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은 최근 국제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의 국내 6번째 번식 성공을 확인했으며, 이는 가락지 부착을 통해 장기적인 번식생태 연구의 기반을 마련한 결과라고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또 인공증식으로 강화도에서 방사한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1년 만에 복귀한 사실도 새에 부착한 가락지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가락지나 플래그 부착조사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돼야하는 단점과 낮은 회수율로 인해 연구성과 도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가락지 부착조사는 방사 후 재포획, 사체를 발견하거나 색 조합 확인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이동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는 조류 이동 경로에도 가락지 외에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 등 첨단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울릉도 여름철새 멸종위기종 흑비둘기가 일본에서 겨울을 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국내기술로 개발된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 추적조사를 통해서라고 한다.
누구나 가락지가 부착된 철새를 발견하면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하는 철새정보시스템의 '가락지 발견 보고'에 등록하면 언제, 어느 나라에서 부착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기자도 가락지 발견 보고를 한 적이 있으나 사진상 가락지와 플래그가 아주 선명하지 않기 때문인지 답변을 받지 못했던 적이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 이상기후 등으로 철새 이동 경로 연구는 더욱 중요해졌다.
가락지와 플래그, 밴드 등을 부착한 철새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이를 관련 기관에 발견 보고를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행동에 옮겨야 할 때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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