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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누구나 당할수 있다"…한겨울 전세금 날린 피해자들

송고시간2022-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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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안 갚은 임대인·보증 약속한 중개사…아파트 통째로 경매

전세사기 피해로 경매 넘어간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로 경매 넘어간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촬영 최은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김모(43)씨는 지난해 7월 30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2년 전세 계약을 맺었다.

70㎡(21평) 규모 아파트에 전세 보증금이 9천만원으로,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나쁘진 않은 조건이었다.

1개 동만 있는 '나홀로 아파트'이고 근저당이 1억5천600만원이나 설정돼 있어 불안하긴 했지만, 중개인으로부터 거듭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고 계약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우편함에 경매 개시 관련 우편물을 발견한 뒤에야 보증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날 상황에 부닥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매에 넘어간 건 김씨가 사는 집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아파트 60세대 중 58세대가 지난 9월부터 차례로 임의경매에 넘어가 7세대는 이미 낙찰까지 된 상태다.

아파트 전체 세대를 소유한 임대인이 아무런 통보 없이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않고 세금도 체납하면서 아파트 대다수 물건이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세대 중 전세금을 돌려받은 가정은 한 곳도 없다. 김씨는 전세금 대출금 1억원의 금리가 13%까지 올라 매달 15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까지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집이 경매에서 낙찰되고 낙찰자가 집을 비우라고 요구하면 한겨울에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 김병렬 부위원장.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 김병렬 부위원장.

[촬영 최은지]

같은 아파트에 사는 A씨 신혼부부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 피해를 당했다.

이곳에서 2년간 거주한 A씨 부부는 지난해 7월 전세금 1천만원을 올려 달라는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8천300만원에 재계약했다.

A씨 부부 집은 지난 2일 1억2천100만원에 경매에서 낙찰됐다. 낙찰자는 "1억8천만원에 집을 매입하려면 사가라"고 제안했지만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을 구할 방법이 없다.

김씨와 A씨 부부 모두 계약 때 부동산에서 "전세금이 1억원 미만이어서 설령 문제가 생겨도 변제받을 수 있다"며 2억원 한도의 공제증서와 이행보증서를 발급받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계약을 주선한 해당 중개사는 1년간 계약한 전체 건수의 보장 한도가 2억원인데도 마치 개별 계약 건마다 2억원을 보상해줄 수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수도권에서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폭락에 따른 전세사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인들이 금리 인상에 따라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계약 만기가 도래해도 부동산 폭락 때문에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악화하면서 피해 세대는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특히 인천의 피해 세대 대다수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조직적인 사기로 피해를 보았다며 호소하고 있다.

21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미추홀구 피해자는 19개 아파트 2천500세대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이들 전세 계약을 주선한 부동산이 5곳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부 아파트 관리업체에 연루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병렬 대책위 부위원장은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사기 피해 세대에 집을 전세 준 임대인인 경우도 있다"며 "중개사가 임대인인 피해 세대는 70∼80세대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에 넘어갔다는 소식에 부동산에 전화해봤지만 차단당한 상태였다"며 "피해 소식 이후 곧바로 폐업한 부동산도 있다"고 호소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 기준이 8천만원에서 1억3천만원으로 확대됐지만, 피해 세대 대다수는 법 개정 전인 2021년 이전 계약자들이어서 구제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인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 강서구에만 있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인천에도 건립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천시와 협의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 182세대를 확보했다. 이 중 113세대는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신청만 하면 입주할 수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전담팀(TF) 관계자는 "계약 전 공인중개사가 정상적으로 등록한 업체인지와 임대 물건의 계약 전 시세, 건축물관리대장, 등기부등본, 선순위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계약 후에는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고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해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hamse@yna.co.kr

부동산에서 계약 당시 발급한 공제증서와 이행보증서.
부동산에서 계약 당시 발급한 공제증서와 이행보증서.

[촬영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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