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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두절 끝에 받은 '압류' 문자…'빌라왕'에 당한 피해자들

송고시간2022-12-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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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으로 집 사들인 빌라왕…전세보증보험 믿고 계약

숨진 '빌라왕' 김모씨가 임차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숨진 '빌라왕' 김모씨가 임차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1천139채를 소유해 '빌라왕'으로 불린 김모(42)씨가 갑자기 숨져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씨는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마구잡이로 주택을 매입했지만, 종합부동산세 체납으로 집이 압류될 때까지 세입자들에게는 연락을 끊고 방치했다.

그가 지난 10월 서울 모 호텔에서 숨지면서 임차인 수백 명은 각각 1∼2억원 안팎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전세금과 집값 같은 '깡통전세'…연락두절 후 숨진 빌라왕

커지는 '깡통전세' 공포
커지는 '깡통전세' 공포

[연합뉴스 자료사진]

빌라왕 피해자인 A(39)씨는 2020년 9월 원래 살던 낡은 아파트에서 이사하기로 마음먹고 방음과 단열이 잘 되는 신축 위주 빌라와 오피스텔을 물색했다.

이 중 준공 4년차로 비교적 신축인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한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맺었다.

22평(74㎡)에 전세보증금 2억1천500만원인 이 집은 당시 전세와 매매 계약이 동시에 이뤄졌다. 이른바 '전세 끼고 매매'다.

이때 집을 매입한 새 임대인이 빌라왕 김씨였다. 그는 전셋값과 똑같은 2억1천500만원에 이 집을 샀다. 자기자본 하나 없이 A씨의 보증금만으로 집값을 치른 셈이다.

A씨는 당시 빌라왕 김씨가 전세금을 끼고 얼마에 오피스텔을 사들였는지 정확하게 알진 못했지만,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말에 '별일이야 있겠냐' 싶어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빌라왕 사기의 실체가 드러난 건 계약 후 2년 가까이 지난 뒤였다. A씨는 지난 9월 전세 계약 연장을 위해 김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김씨는 그때서야 '종합부동산세가 너무 많이 나와 신용불량자가 됐고 그 집도 압류될 것'이라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다 해도 전세 대출이 안 되니 부동산에 집을 매매로 내놔달라'고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했다. 급하게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니 집은 이미 7월에 압류된 상태였다.

A씨는 21일 "분양권을 사둔 아파트가 있어 당장 내년 3월까지 중도금 대출과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2억 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막막한 상황"이라며 "나야말로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106건을 1차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중 16건이 빌라왕 관련 사건이다.

재산과 경제 활동이 거의 없던 김씨가 이른바 '바지사장'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건물을 지은 건축주들이 시세보다 비싼 값에 전세 계약을 맺은 브로커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면 이들이 이자 지원금 등을 미끼로 세입자로 끌어들이고, 그 건물은 바지사장인 김씨에게 넘겨지는 방식이다.

◇ 전세보증보험 믿었는데…"적격 심사 강화해야"

'빌라왕' 사망에…200명 전세보증금 반환 차질(CG)
'빌라왕' 사망에…200명 전세보증금 반환 차질(CG)

[연합뉴스TV 제공]

빌라왕 피해 임차인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의 피해 사례를 종합해보면 김씨의 주택은 대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이나 전세금안심대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피해자들은 이에 안심하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한 피해자는 전세안심대출 승인이 된다는 조건으로 김씨와 2억여원의 전세 계약을 했으나 이후 그는 연락이 끊겼고 집도 압류됐다.

같은 대출을 받고 입주했으나 중간에 김씨가 임대인으로 바뀌고 집이 압류된 피해자도 있었다.

김씨가 숨지면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피해자들조차 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어려워졌다.

보증이 이행되려면 임차인들이 김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하는데 그의 상속인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촌 이내 친족이 상속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은 법원이 상속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김씨가 지난해 종부세 62억원을 체납하면서 소유 주택이 압류되고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 상속자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마쳤는데도 HUG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돈을 돌려받으려면 임차권 등기명령을 해야 한다는 말에 지난달 30일 이 절차를 마쳤다.

이 명령은 전세 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할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그러나 보증 이행 신청을 받은 HUG 측에서는 김씨가 숨진 뒤 등기 명령이 설정돼 보증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김씨가 전세보증사고를 계속 내고 있는 임대인이라는 사실을 HUG가 더 일찍 인지했을 텐데도 임차인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진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사태가 커지자 HUG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서부관리센터에서 빌라왕 사기 피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기로 하고 임차인들에게 공지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대다수가 사회 초년생이어서 모자란 예산은 HUG를 통해 대출받는 경우가 많다"며 "HUG가 보증 대상 물건에 대한 적격 심사를 강화하고 이에 따른 예산과 인력 충원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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