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이슈] 교권 추락의 해결책이 생활기록부?
송고시간2023-01-06 07:00
(서울=연합뉴스) 지난여름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인 교사 옆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영상이 공개돼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비슷한 시기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탁 아래 휴대전화를 놓아 교사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죠.
무너진 교권에 교육 당국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생기부는 교권 추락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요?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19년부터 한 해를 제외하고 2천 건을 훌쩍 넘겼습니다.
2022년은 1학기에만 1천596건을 기록해 추세대로라면 3천 건에 육박합니다.
교육 당국은 심각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교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그에 대한 조치를 생기부에 기록하기로 했는데요.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학생과 교사 간 인권 균형을 맞추려는 목적이죠.
최보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선생님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돼 학교의 교육력 자체가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생기부는 교사가 학생의 학습 태도와 역량 등을 기록하는 자료로, 대학 입시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교사가 생기부 작성 권한으로 학생을 협박하는 사건이 있을 정도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생기부 기록에 대해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입시와 연결되기 때문에 생기부 기록 시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 과정에서 교사가 추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죠.
교육부는 교권 침해 사안 중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은 학생에만 생기부에 기록을 남길 방침인데요.
실효성에 의문이 남습니다.
2021년 교권 침해 조치 중 전학과 퇴학은 전체의 11%로, 경미하고 습관적인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이죠.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최소한 출석정지 이상에 대해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각한 교권 침해를 한 학생에게 생기부 기록이 경각심을 줄지도 의문인데요.
김희성 교사노조연맹 정책2국장은 "생기부에 기재하고 있는 학교폭력위원회 조치 사항 기록을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 (조치 사항을) 기재하고 있는데 (학폭이) 줄기는커녕 늘어가고 있다"면서 "(생기부에) 쓰냐 안 쓰냐는 문제의 본질과는 가깝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학부모가 교권 침해를 한 사례에 대해서는 생기부 카드를 쓸 수 없는 점도 한계입니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는 매년 100건 이상, 전체 사례의 10% 가까이 차지한 해도 있는데요.
2021년 인천에서는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 경남에서도 학부모가 전화, 메시지, 학교 방문 등 부당하고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해 교사가 피해를 봤습니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기부 기록을 포함해 다양한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학생부 기록이나 징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 본인이 잘못한 부분을 충분히 반성하고, 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해지는 요즘. 학교를 지키기 위한 타협점은 어디 있을까요?
한지은 기자 이인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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