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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중독에서 벗어나기…신간 '음식 중독'

송고시간2023-01-27 06:00

중독이란 렌즈로 들여다본 현대인의 식습관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재즐린 브래들리는 어린 시절부터 맥도날드를 좋아했다. 건강식 대신 햄버거, 감자튀김 같은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었다. 먹다 보니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어느 순간 햄버거 한 개 가격으로 두 개를 살 수 있는 '넘버 투'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탄산음료와 감자튀김도 마찬가지였다. 자이언트 사이즈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고교 때 그의 키는 168㎝, 몸무게는 110㎏을 넘었다. 그는 계속해서 패스트푸드를 먹어 치웠다.

가족과 친분이 있던 변호사 허슈가 어느 날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고 재즐린에게 제안했다. 그는 대담하게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을 패스트푸드 소송에 도입하려 했다. 사람들이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데는 소금·설탕 같은 자극적 요소뿐 아니라 근원적으로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패스트푸드가 지방·콜레스테롤만 높은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중독될 수 있고,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트에 진열된 가공식품
마트에 진열된 가공식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모스는 최근 번역 출간된 '음식중독'(원제: Hooked: Food, Free Will, and How the Food Giants Exploit Our Addictions)에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미각과 신진대사를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공식품 업계가 오랜 세월 진화해온 인간의 본능과 음식에 대한 기억과 정서, 법률과 정책상의 허점 등을 악용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책에 따르면 음식은 술·담배·약물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뇌의 보상 회로를 발동시키는 강력한 요소다. 가령 담배 연기가 뇌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는 데 10초가 걸리지만, 혀에 들어온 설탕은 0.6초면 충분하다. 설탕과 소금 등이 풍부한 가공식품이 코카인·헤로인·니코틴 이상으로 중독성 있는 이유다. 달고 짠 음식이 주는 쾌감에 길들면 포만감이 있어도 음식을 계속 갈망하게 된다.

중독성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중독성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미 록펠러대 분자·세포 신경학 랩 제공]

이런 음식에 대한 갈망은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섭식을 통한 에너지 보충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뇌의 보상회로를 먹는 것과 연동시켰다. 특히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먹고 남은 에너지는 체지방으로 비축했다. 엄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생존 전략이었다. 비극은 인간의 진화 속도가 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했다. 인간은 음식이 풍부한 현대 사회를 살고 있으나 인체 시스템은 음식이 늘 부족했던 고대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가공업체들이 음식에 대한 이 같은 불일치를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칼로리가 높은 각종 단맛과 짠맛을 활용해 신제품을 내놓고, 음식의 편의성과 다양성에 열광하는 인간의 본능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들의 이런 전략을 파악해 역으로 적용한다면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먹는 음식과 먹는 방식에 관심을 가질 것, 음식의 풍미를 인식하고 음미할 것, 건강한 식사에 즐거운 기억을 만들 것, 식단에 대한 자유의지를 강화할 것 등을 주문한다.

민음사. 연아람 옮김. 392쪽.

책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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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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