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증거 없이 2심서 '무죄→유죄' 대법원서 파기
송고시간2023-02-13 06:00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심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사건에 아무런 추가 증거가 없는데도 유죄로 뒤집은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피고인 A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3월 B씨에게 필로폰 0.05g을 주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자신에게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취지의 자필 반성문을 내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A씨의 1심 재판에서는 "A가 내게 필로폰을 주사한 일이 없고 당시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1심은 수사와 재판에서 B씨가 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록 B씨가 수사 당시 "A씨가 내게 주사했다"고 했으나 이는 자신의 처벌을 덜기 위한 거짓 주장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은 추가 증거 제출없이 변론을 종결한 뒤 죄로 판결했다. B씨가 수사기관에서 A씨에게 불리하게 진술해 기소유예된 뒤 법정에 와선 증언을 뒤집은 점에 비춰볼 때 당초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사실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2심)이 1심의 판단을 뒤집으려면 1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야 하는데, 원심이 지적한 사정은 모두 1심에서 고려했던 정황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또 "B씨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더라도 곧바로 (법정 진술과 상반된) 그의 수사기관 진술 중 A씨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B씨의 수사기관 진술은 증거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등 일관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경감하려 상황에 따라 내용을 바꿨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와 별도로 스스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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