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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그 많던 대중목욕탕은 다 어디로 갔을까…수치로 본 목욕탕史

송고시간2023-02-2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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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거리두기로 개점휴업 겪은 목욕탕업계, 최근엔 '난방비 폭탄'에 타격

목욕탕 2004년 9천970개로 정점 뒤 하락세…전통적 목욕탕은 정점 대비 반토막

국내 첫 대중목욕탕은 부산 '금정탕'…현 최고령은 대전 '유성호텔 대온천탕'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그 많던 대중목욕탕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 동네에 한두 개는 으레 있었던 목욕탕은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가던 공간이었지만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이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지금의 30·40대 이상이라면 공중목욕탕의 온탕을 수영장 삼아 놀다가 어른에게 혼이 난 기억이나,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때를 벗겨낸 뒤 달콤한 바나나우유를 사 먹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보급과 난방 기술의 발달, 샤워 문화의 확산 등으로 목욕이 집에서 하는 일이 되면서 목욕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데다가 찜질방과 같은 새로운 목욕업태가 전통적인 목욕탕의 입지를 앗아가기도 했다.

목욕탕 업계는 3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이했고, 이런 방역 규제가 완화한 지난해 말엔 국제적 에너지 비용 급증에 따른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정성태 한국목욕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코로나 끝나는 걸 겨우 버텼다가 지금은 공공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사랑방 역할을 하는 목욕탕들은 거의 지금 한 80%, 90%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부산 지역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정 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이 목욕탕 80%가 없어졌다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최근 몇 년간 목욕탕 80여곳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라고 발언을 정정했다.

찾는 사람이 크게 줄면서 목욕탕이 사양 산업이 됐고, 최근 들어 더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목욕탕은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많이 사라진 것일까.

목욕탕, 난방비에 가격 인상합니다
목욕탕, 난방비에 가격 인상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한 목욕탕에서 업주가 어제부로 각 1천원씩 인상한 요금표를 만지고 있다. 가스와 전기로 난방 및 물을 데운다는 업주는 지난달 450만원 대였던 난방비가 650만원으로 올랐다며 어제부로 불가피하게 요금을 인상했다고 전했다. 2023.2.14 jjaeck9@yna.co.kr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수집·관리하는 목욕장업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이 자료는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인허가를 받은 전국의 목욕탕 현황을 담은 것으로, 전통적인 대중목욕탕인 '공동탕업'뿐 아니라 찜질시설서비스영업(찜질방), 한증막 등 여러 업태의 목욕탕을 망라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인허가를 받은 목욕탕은 전국적으로 1만7천296곳에 달했다. 이 수치엔 인허가 일자나 폐업 일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목욕탕은 제외됐다.

전국 목욕탕 수 추이
전국 목욕탕 수 추이

행정안전부 목욕장업 현황 자료 분석

국내에서 최초로 인허가를 받은 대중목욕탕은 부산시 동래구의 '금정탕'이었다. 1954년 1월 31일에 인허가를 받았지만, 2013년 10월 31일 폐업했다.

이 금정탕이 인기가 있었던 탓인지 똑같은 상호로 인허가를 받은 목욕탕이 부산에만 8곳이 더 있었다.

현재도 운영 중인 목욕탕 가운데 최고령은 대전시 유성구의 '유성호텔 대온천탕'이다. 1954년 9월 20일에 인허가를 받았으니 이제 고희(古稀·7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목욕탕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이 당시 연간 인허가 건수가 400건 내외에 달해 전국의 목욕탕 수가 1982년 2천곳, 1984년 3천곳, 1987년 4천곳, 1989년 5천곳으로 2∼3년마다 1천곳씩 늘었다.

성장세는 1990년대, 2000년대에도 이어졌다.

특히 2003년은 목욕탕 업계의 최전성기라고 할 만했다. 한해 인허가 건수가 1천442건으로 독보적으로 많았다. 2000년대 들어 불었던 찜질방 붐 덕분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폐업 건수도 880건에 달해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목욕탕 인허가·폐업 건수
목욕탕 인허가·폐업 건수

행정안전부 목욕장업 현황 자료 분석

목욕탕 수가 최정점을 찍은 것은 2004년 3월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영업 중이던 목욕탕은 9천970곳으로 1만곳에 근접했다.

하지만 그해 폐업 건수가 725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인허가 건수(639건)를 앞지르며 목욕탕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 목욕탕 수는 2008년에 9천곳, 2013년 8천곳, 2018년엔 7천곳 미만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 지난달 말엔 5천991곳으로 감소했다.

정점을 찍었던 2004년 3월과 비교하면 20년도 채 안 돼 39.9%(3천979곳)나 급감한 셈이다.

전통적 목욕탕인 공동탕업만 따로 보면 감소세가 더 가팔랐다. 공동탕업은 정점인 2004년 3월 8천795곳에서 지난달 말 4천350곳으로 50.5%나 감소하며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지난달 말 현재 목욕탕이 가장 많은 곳은 경상남도로, 820곳이 운영 중이었다. 이어 경기도(762곳), 부산시(733곳), 서울시(699곳), 경상북도(500곳) 순이었다.

지역별 인구수 대비 목욕탕 수를 따지면 순위에 약간의 변동이 있다.

경남은 인구 3천997명당 목욕탕이 1곳꼴로 있어 역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가 2위로 올라서며 인구 4천457명당 1곳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위는 인구 4천486명당 1곳인 전라남도가 차지했다.

서울시는 목욕탕 수 자체는 많지만 인구수를 반영하면 서울시민 1만3천483명이 목욕탕 1곳을 쓰고 있었다. 경기도도 인구 1만7천843명당 목욕탕이 1곳으로 목욕탕이 적었다.

인구 대비 목욕탕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시였다. 세종시민 2만2천617명당 1곳에 그쳤다.

정성태 회장은 "2000년대에 찜질방, 황토방, 숯불가마 등 대중목욕탕 외에 비슷한 관련 업종이 많이 생기면서 목욕업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며 "지금은 다 전멸했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목욕탕이) 많이 있는 곳은 서너개가 모여 있고, 아예 한곳도 없는 지역도 많다"며 "국민 보건·건강을 위해서, 노약자와 취약자들을 위해서 (목욕업계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리베라 호텔 대중탕
대전 리베라 호텔 대중탕

[연합뉴스 자료사진]

[표] 연도별 전국의 대중목욕탕 수

연도 목욕탕 수 연도 목욕탕 수 연도 목욕탕 수 연도 목욕탕 수
1960 31 1976 1,231 1992 6,156 2008 8,795
1961 43 1977 1,301 1993 6,471 2009 8,607
1962 52 1978 1,395 1994 6,839 2010 8,426
1963 127 1979 1,518 1995 7,223 2011 8,232
1964 149 1980 1,684 1996 7,542 2012 8,014
1965 172 1981 1,965 1997 7,985 2013 7,800
1966 195 1982 2,269 1998 8,292 2014 7,633
1967 233 1983 2,692 1999 8,506 2015 7,471
1968 298 1984 3,090 2000 8,898 2016 7,273
1969 387 1985 3,436 2001 9,281 2017 7,088
1970 558 1986 3,827 2002 9,356 2018 6,897
1971 717 1987 4,273 2003 9,918 2019 6,742
1972 856 1988 4,728 2004 9,832 2020 6,533
1973 1,029 1989 5,110 2005 9,516 2021 6,264
1974 1,114 1990 5,510 2006 9,301 2022 6,010
1975 1,160 1991 5,860 2007 9,082 2023 5,991

(※출처 = 행정안전부 목욕장업 현황 자료. 목욕탕 수는 연도 말 기준임. 2023년은 1월 말 현재)

[표] 연도별 목욕장업 인허가 건수와 폐업 건수

연도 인허가수 폐업수 순개업수 연도 인허가수 폐업수 순개업수
1990 413 13 400 2007 324 543 -219
1991 372 22 350 2008 299 586 -287
1992 310 14 296 2009 248 436 -188
1993 355 40 315 2010 225 406 -181
1994 414 46 368 2011 215 409 -194
1995 454 70 384 2012 202 420 -218
1996 428 109 319 2013 169 383 -214
1997 576 133 443 2014 191 358 -167
1998 448 141 307 2015 187 349 -162
1999 383 169 214 2016 173 371 -198
2000 675 283 392 2017 194 379 -185
2001 635 252 383 2018 178 369 -191
2002 570 495 75 2019 151 306 -155
2003 1,442 880 562 2020 131 340 -209
2004 639 725 -86 2021 103 372 -269
2005 427 743 -316 2022 105 359 -254
2006 527 742 -215 2023 6 25 -19

(※출처 = 행정안전부 목욕장업 현황 자료. 2023년 자료는 1월 말까지 수치)

[표] 시·도별 목욕탕 현황

지역 목욕탕수 인구수 목욕탕 1곳당 이용인구
서울시 699 9,424,873 13,483
부산시 733 3,316,107 4,524
대구시 252 2,362,880 9,377
인천시 206 2,969,502 14,415
광주시 176 1,429,816 8,124
대전시 100 1,445,806 14,458
울산시 174 1,110,074 6,380
세종시 17 384,496 22,617
경기도 762 13,596,091 17,843
강원도 290 1,535,373 5,294
충청북도 163 1,594,459 9,782
충청남도 231 2,122,913 9,190
전라북도 311 1,768,229 5,686
전라남도 405 1,816,707 4,486
경상북도 500 2,597,527 5,195
경상남도 820 3,277,672 3,997
제주도 152 677,493 4,457
합계 5,991 51,430,018 8,585

(※출처 = 행정안전부 목욕장업 현황 자료. 목욕탕수는 올해 1월 말 현재 수치)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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