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제 평생 몸담을 모든 학교에 장학금 전하고 싶어요"
송고시간2023-03-04 09:05
인제남초 최고봉 선생님, 근무한 모든 학교에 10년째 장학금 기부
"작지만 소중한 나눔에 아이들도 동참…꾸준함이 가장 중요하죠"
(인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시작은 작은 나눔이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점점 커지겠죠. 제가 평생 몸담을 모든 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퇴임 후에도 꾸준히 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국 곳곳의 초등학교에서 신입생들의 웃음소리가 울리는 새 학기, 강원 인제남초등학교의 최고봉(44) 선생님은 볕이 따스한 6학년 교실 창가에서 동심을 담은 미소로 자신의 꿈을 얘기했다.
최 선생님은 학교 현장에서 톡톡 튀는 교사로 손꼽힌다.
교사들과 함께 토론 교육 교재를 만들고 현직 교사로서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책을 출간했으며, 학생들이 쓴 시를 책으로 엮은 뒤 청와대로 보내 대통령의 답장을 받아내기도 했다.
모서리가 많은 돌은 정을 맞기 십상이라지만, 현장의 교사들이 최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정과 응원이 가득하다.
최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한 시선에 사랑을 듬뿍 담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으로 교단에 섰던 철원을 떠나 2013년 홍천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교사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깊은 궁리는 결국 '선생님으로서의 나를 스스로 존중하자'는 결론에 닿았고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몸담은 모든 학교에 장학금 보내기'였다.
해마다 적은 금액이라도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다른 학교로 전근하더라도 몸담았던 학교들에 장학금을 계속 보낸다면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부금액이 커지는 것이다.
최 선생님은 이것을 '꾸준함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할 때까지 몇 개의 학교를 거쳐 갈지 모르지만, 정년을 넘어 살아있는 동안 가늘고 길게 기부하고 싶다"며 "학교에서는 이를 '최고봉 장학금'이라고 말하는데 학생들에게 귀하게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선생님은 2012년 철원 근남초교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홍천 오안초교, 2022년에는 홍천 내촌초교까지 장학금 기부 학교를 3곳으로 넓혔다.
이제 인제지역에서 최고봉 장학금을 쭉 이어갈 계획이다.
보통 한 학교에 4∼5년가량 머무는 것을 가정할 때 최 선생님은 정년까지 학교 7∼8곳에 장학금을 기부하게 된다.
그는 "물가 상승률을 생각해 수년 안에 기부금 규모를 2배로 늘릴 예정"이라며 "개인적으로 월급의 10%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생각해 자녀 3명에게도 부모의 삶으로 나눔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선생님이 삶으로 실천하는 나눔에 자녀뿐 아니라 제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자녀들은 용돈을 모아 여러 비정부기구(NGO)에 종종 기부했고, 제자들도 지역 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정성을 모아 전달했다.
이뿐 아니라 그는 강원토론교육연구회 소속 선생님들과 토론 교육 교재를 출간해 40명이 넘는 학생들에서 2천만원 이상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 선생님은 학교 한 곳당 얼마씩 장학금을 전달하느냐는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을 때부터 나눠야 많을 때도 나눌 수 있지, 부자가 되면 기부하겠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재벌 1명이 쾌척하는 거액보다 많은 사람의 소소하고 꾸준한 기부가 모이는 것이 더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은 다 이어져 있으며,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나눔이 가진 가치를 몸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덧붙였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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