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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송고시간2023-03-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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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2001년 전 세계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이성결혼과 똑같이 인정

덴마크는 1989년 동성부부에 이성부부와 비슷한 권리 주는 동반자관계 등록제 시행

미국·프랑스·영국·독일·캐나다 등 34개국서 동성결혼 합법화…국내선 아직 갈 길 먼 듯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다른 나라의 동성결혼 인정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3부는 지난달 21일 동성 배우자와 결혼한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씨의 동성결혼이 현행 법령에선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없다면서도 건보공단이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차별대우라고 봤다. 이는 건보공단이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도 피부양자 자격을 직장 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까지 확대한 것과 관련됐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직장 가입자의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만 건보공단은 내부지침을 마련해 법률적 배우자가 아닌, 직장 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까지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건보공단이 "스스로의 판단 아래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이런 재량권은 평등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실혼이 결혼과 실질이 유사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면 소씨의 동성 결합도 사실혼과 같다고 봤다.

즉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 상대방은 성적 지향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 상대방이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며 "동성 결합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대우"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동성 파트너의 법적 권리를 인정해 소수자 인권 보호에서 진일보한 판결로 평가되지만 동성결혼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판결을 두고 언론들은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네덜란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34개국이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일까? 해외에선 동성결혼을 얼마만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있을까?

법원, 동성커플 건보 자격 인정
법원, 동성커플 건보 자격 인정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동성 커플이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이겼다. 서울고법 행정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21일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선고 직후 서울고법 앞에서 소성욱(왼쪽)씨와 김용민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21 water@yna.co.kr

◇ 네덜란드, 동성결혼을 이성결혼과 똑같이 대우키로…20년간 2만쌍 동성결혼

우선 동성결혼을 합법화한다고 할 때 '합법화'는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 이는 결혼의 법적 정의에 동성 간의 결혼도 포함하는 것이다.

각국의 민법이나 결혼법에서 결혼은 '남녀' 혹은 '이성'(異性) 간 결합으로 정의돼 왔다. 이를 '이성 또는 동성 간의 결합'으로 고쳐 동성 간 결합을 추가하거나 '두 사람 간의 결합'이란 성 중립적 용어로 결혼의 법적 정의를 변경하는 것이 동성결혼의 합법화다.

미 비영리단체 타이즈 애드보커시(Tides Advocacy)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전세계 결혼할 자유'와 외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의회는 2000년 12월 19일 결혼을 '이성 또는 동성의 두 사람'이 하는 행위로 규정한 민법 개정안을 가결,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적 결혼으로 인정했다. 개정 민법은 2001년 4월에 발효됐다.

동성결혼의 합법화가 중요한 것은 법적 결혼에 많은 이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각국은 혼인 당사자들에게 상속, 조세, 건강보험, 연금, 주택제도 등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동성결혼 당사자들이 이성결혼 당사자들이 누리는 이런 혜택을 동등하게 보장해달라는 요구에서 비롯했다.

동성 커플이 현재의 제도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동성 커플의 권리가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씨의 사례도 이성인 사실혼 배우자가 누리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자신에게도 인정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런 합법화가 단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이보다 앞서 동성결혼 당사자들에게 이성 부부와 유사한 수준의 법적 권리와 혜택을 주는 조치가 이뤄졌다.

덴마크가 1989년 6월에 도입한 '동반자관계 등록제'(registered partnership)가 그 효시다.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결혼의 법적 정의를 유지하는 대신 동성결혼 당사자들에게도 이성결혼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동성결혼의 법적 권리를 세계 최초로 인정한 국가는 덴마크라고 할 수 있다.

동반자관계 등록제는 이후 '시민결합'(civil union)이라는 용어로 다른 나라에도 퍼져나갔다.

네덜란드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 전에 이미 이런 동반자관계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물론 동반자관계 등록제 또는 시민결합은 동성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이성 간에도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사실혼 관계에도 법적 결혼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네덜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동성결혼 합법화 20주년을 맞이한 2021년 기준 동성결혼을 한 커플은 2만쌍, 4만명에 달했다. 이중 남성이 1만9천명, 여성이 2만1천명이었다.

하지만 합법화 이후에도 결혼 대신 등록 동반자관계를 선택한 동성 커플이 적지 않았다. 2020년 기준 결혼했거나 동반자관계를 등록한 남남, 여여 동성 커플 중 40% 내외가 등록 동반자관계였다.

이성 커플의 등록 동반자관계 비율이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성 커플에서 이 비율은 2001년 2.1%에서 2020년엔 32.1%로 급증했다.

[표] 동성결혼 합법화 현황

국가 결정 일시
네덜란드 의회 법안 투표 2000년 12월 19일
벨기에 의회 법안 투표 2003년 01월 30일
스페인 의회 법안 투표 2005년 06월 30일
캐나다 의회 법안 투표 2005년 07월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의회 법안 투표 2006년 11월 28일
노르웨이 의회 법안 투표 2008년 06월 11일
스웨덴 의회 법안 투표 2009년 04월 01일
포르투갈 의회 법안 투표 2010년 02월 10일
아이슬란드 의회 법안 투표 2010년 06월 11일
아르헨티나 의회 법안 투표 2010년 07월 15일
덴마크 의회 법안 투표 2012년 06월 07일
우루과이 의회 법안 투표 2013년 04월 10일
뉴질랜드 의회 법안 투표 2013년 04월 17일
프랑스 의회 법안 투표 2013년 04월 23일
브라질 사법협의회(CNJ) 2013년 05월 14일
아일랜드 국민투표 2013년 05월 22일
영국 의회 법안 투표 2013년 07월 16일
룩셈부르크 의회 법안 투표 2014년 06월 18일
핀란드 의회 법안 투표 2014년 11월 28일
멕시코 대법원 2015년 06월 03일
미국 연방 대법원 2015년 06월 26일
콜롬비아 헌법재판소 2016년 04월 28일
독일 의회 법안 투표 2017년 07월 07일
몰타 의회 법안 투표 2017년 07월 12일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 2017년 12월 04일
호주 의회 법안 투표 2017년 12월 07일
코스타리카 대법원 2018년 08월 08일
대만 의회 법안 투표 2019년 05월 17일
에콰도르 헌법재판소 2019년 06월 12일
스위스 국민투표 2021년 09월 26일
칠레 의회 법안 투표 2021년 12월 07일
슬로베니아 헌법재판소 2022년 07월 08일
안도라공국 의회 법안 투표 2022년 07월 21일
쿠바 국민투표 2022년 09월 25일

[※ '전세계 결혼할 자유'(Freedom to Marry Global) 사이트와 외신 종합. 의회 법안 투표 가결일은 상·하원이 있는 경우 최종 투표일로 기재]

◇ 2010년부터 동성결혼 합법화 급물살…2013년 한 해만 7개국이 인정

네덜란드 이후 동성결혼의 합법화 흐름은 서서히 전 세계로 번졌다.

벨기에는 2003년 1월, 스페인과 캐나다는 2005년 6월과 7월에 각각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특히 캐나다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서 거주지 요건을 요구하지 않아 미국 동성 커플이 캐나다로 여행하러 와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6년 11월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합법화 국가이다.

의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1년 전인 2005년 12월에 남아공 헌법재판소가 결혼을 "남자와 여자 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1년 안에 법 개정을 주문한 결과다.

남아공에 이어 노르웨이(2008년 6월)와 스웨덴(2009년 4월) 등 북유럽 국가도 합법화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동성결혼 합법화의 물살이 거세졌다. 한 해에만 포르투갈(2월), 아이슬란드(6월), 아르헨티나(7월) 등 3개국이 결혼의 법적 정의에 동성결혼을 포함했다.

특히 그해 6월 아이슬란드에선 결혼을 성(性)에 상관없이 두 사람의 결합으로 정의한 법의 시행에 맞춰 이 나라의 첫 여성 총리인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가 동성 파트너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지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첫 사례였다.

동성 커플의 권리 인정에 앞장섰던 덴마크는 정작 합법화를 2012년 6월에 이르러서야 단행했다.

덴마크 의회가 성중립 결혼법을 가결하면서 동성 커플도 교회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됐다.

2013년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기념비적인 해였다. 우루과이·뉴질랜드·프랑스(4월), 브라질·아일랜드(5월), 영국(7월) 등 7개국이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이 중 아일랜드는 아예 헌법에 '결혼은 법에 따라 남녀 구별 없이 두 사람이 맺을 수 있다'는 내용을 넣고 이런 헌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62.1%가 찬성해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한 국가가 됐다.

동성결혼
동성결혼

[위키미디어 제공]

◇ 미국도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전역서 동성결혼 합법화

2015년 6월엔 미국 전역에서 동성화가 합법화됐다. 미 연방대법원이 '오버지펠 대 하지스' 사건에서 수정헌법 제14조에 의거해 동성결혼의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덕분이었다.

당시 미국은 주(州)마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제각각이었다. 짐 오버지펠 등 원고들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미시건·켄터키·오하이오·테네시주 법률을 문제 삼았고, 이 연방대법원 판결로 승소했다.

미국에선 1993년 하와이주 대법원이 결혼을 남녀 결합으로 한정한 주법률이 성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결한 이래 동성결혼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다.

연방의회는 1996년에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명시하고, 어느 주에서 법적으로 인정된 혼인이라도 다른 주에선 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결혼수호법'(Defense of Marriage Act)을 제정, 동성결혼 합법화 흐름에 역행하기도 했다.

이후 매사추세츠주가 주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미국에서 최초로 2004년 5월에 동성결혼 커플에 혼인허가증을 발급한 것을 시작으로 주별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엔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미 연방의회 차원에서 '결혼존중법'(Respect for Marriage Act)이 제정돼 발효됐다.

결혼존중법은 기존 결혼수호법을 폐지하면서 어느 주에서든 합법적으로 인정된 결혼이라면 다른 주에서도 이를 존중하도록 했다.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에서 한 결혼을 미 전역에서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동성애자 권리 지지' 무지개빛 조명 켠 샌프란시스코 시청
'동성애자 권리 지지' 무지개빛 조명 켠 샌프란시스코 시청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미국 대법원이 동성 결혼 허용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역사적 판결을 선고하기 전날인 25일(현지시간) 늦은 밤에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중심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시 청사가 이를 상징하는 무지개빛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 2015.6.26 solatido@yna.co.kr

◇ OECD 38개국 중 25개국이 동성결혼 인정…아시아선 대만이 유일

동성결혼을 합법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대만에서는 2019년 5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제정됐다.

2년 전 대만 최고법원이 동성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조항이 위헌이며 2년 이내에 법령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민법의 해당 조항을 고칠지, 민법은 그대로 두되 특별법을 만들어 동성결혼의 권리를 보장할지 논의한 끝에 특별법 제정으로 결론이 났다.

스위스는 2021년 9월 동성결혼을 인정한 '모두를 위한 법안'을 두고 벌어진 국민투표에서 64.1%가 찬성해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지난해 9월엔 쿠바가 가족법의 결혼 정의를 '두 사람 간 자발적인 결합'으로 개정해 공산권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법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켰다.

'전세계 결혼할 자유' 등에 따르면 현재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34개국이다.

이 중 경제협력개발국(OECD) 회원국인 국가는 25개국이다. 전체 회원국이 38개국이므로 OECD 회원국의 3분의 2가량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성결혼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시민결합처럼 동성결혼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갖추지도 않고 있다.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사인 강승묵 법학박사는 '동성혼의 합법화 여부와 입법모델에 관한 연구'(2018년) 논문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와 한국에서의 논의를 검토하고선 "현재 한국에서 동성혼을 허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면서도 "동성결합의 합법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다면 법률혼의 인정보다는 우선 생활동반자법을 시행하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가면서 동성 간 법률혼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제 법적인 부부입니다"
"우리는 이제 법적인 부부입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24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시 신의구청에서 린쉐인(왼쪽)씨와 위안샤오밍씨가 예복을 입고 결혼 등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9.5.24 jinbi100@yna.co.kr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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