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음 4관왕' 250 "'뽕'은 체면치레를 벗어던진 음악"
송고시간2023-03-11 07:00
다수 K팝 아티스트 곡 작곡…"뉴진스, 더 많은 인기 누릴 것"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누가 들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만든 음반이 아니었어요. 저 혼자 듣고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죠."
지난해 일렉트로닉 음악계를 뒤흔들었던 음악 프로듀서 250(이오공)의 문제작 '뽕'의 탄생 배경은 의외로 평범했다.
250은 최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아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가장 컸다"며 지난해를 돌아봤다.
그는 '뽕'으로 이달 5일 공개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뽕'은 250의 첫 번째 정규 음반이다. 250은 자신의 첫 음반이 이토록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 아닌 프로듀서라는 위치에서 음반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며 "프로듀서의 개인 음반이 다른 플레이어의 퍼포먼스를 빌리지 않으면 어떤 음반이 될지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첫 정규 음반의 방향성과 '뽕'이라는 장르에 대한 고민은 7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으로 이어졌다. 그는 왜 첫 번째 음악의 주제로 '뽕'을 선택했을까.
250은 "첫 번째 음반이기 때문에 나의 시작을 다루는 음반이 돼야 했고, 내가 어떻게 음악 하는 사람으로 시작했는지를 고민했다"고 답했다.
"뽕짝은 제가 의식적으로 듣기 시작한 음악이 아니라 그 이전에 무의식 속에 스며든 음악이에요. 그 음악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제 첫 음반은 첫 번째 음악을 들었던 기억과 함께 가고 싶었습니다."
'뽕'을 주제로 택한 후 250은 동묘 앞 시장을 전전하기도 하고,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 이박사를 만나는 등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등 '뽕'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250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것과 음악이 나에게 우연히 들릴 때랑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며 "우연히 음악을 다가오는 순간, '딱 지금이구나' 느껴졌던 순간들이 중요했다"며 7년의 제작 기간을 요약했다.
한국의 '뽕'을 찾는 과정에서 유사한 음악 갈래인 일본의 '엔카'와의 구분도 필수적이다.
250은 "일본에서 엔카는 지켜야 하는 형식이 더 많은 일종의 클래식 음악"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한국의 뽕은 모든 형식, 혹은 어떠한 체면치레를 다 벗어던진 형태의 음악이 아닌가 싶어요."
250은 '뽕'을 내놓기 이전에도 가수 보아의 '크리스마스 파라다이스'(Christmas Paradise), NCT 127의 '체인'(Chain) 등 K팝 곡과 래퍼 이센스의 '비행'을 작곡하며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자신의 곡과 다른 가수의 곡을 작곡할 때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그는 "내 음악에는 스스로 싫어하는 내 모습까지 담아낼 정도로 솔직해지려고 한다"고 답했다.
"다른 K팝 곡을 만들 때는 '이런 노래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개인적인 좋고 싫음을 기준으로 음악을 만듦에도 그가 내놓은 K팝 음악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작곡한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곡 '하이프 보이'(Hype boy), '어텐션'(Attention), '디토'(Ditto)는 아직도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50은 "뉴진스는 더 많은 인기를 누릴 것"이라며 "그들의 매력은 억지로 꾸미는 게 없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뉴진스의 성공은 제작 단계별로 정말 뛰어난 분이 함께한 덕분으로, 나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250은 이미 그의 새 음반도 제작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오는 6월에는 일본 투어를 떠날 예정이다.
"'뽕'은 첫 앨범을 만드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걸린 시간이 너무 길었죠. 이번 음반은 '뽕'보다는 훨씬 신속하게 내놓을 겁니다."
hu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3/11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