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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번잡함은 싫다…일본 아오모리로 떠난 힐링 여행 ②

송고시간2023-03-22 11:01

(아오모리=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아오모리 곳곳에 있는 온천과 미술관들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의 몸과 정신을 치유한다.

핫코다(八甲田)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후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힐링할 수 있는가 하면, 도와다(十和田)호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정신을 치유할 수 있다.

◇ 자연 속 미술관에서 정신을 치유하다

아오모리현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이 지역 미술관들을 방문하는 곳이다.

이 지역 미술관들은 특히 자연과의 조화가 어떤 것들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심지어 미술관이 들어선 입지나 미술관에 쏟아지는 조명까지 관람객을 감동시킨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미술관 두 곳을 둘러봤다.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정면 야외 광장의 작품들 [사진/조보희 기자]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정면 야외 광장의 작품들 [사진/조보희 기자]

도와다 시가 대표적인 장소다.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과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은 작품에 맞는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건물 자체가 개별 작품에 맞게 디자인돼 작품과 건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 마을 친화적인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도와다 시에 있는 현대미술관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조성한 복합 예술 공간이다.

동네 사람들이 마실 가듯 담장 너머로 미술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한 개방형의 마을 친화적 미술관이다.

도로에서 본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사진/조보희 기자]

도로에서 본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사진/조보희 기자]

지자체는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을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특히 의도적으로 각도를 변화시켜 배치된 갤러리는 방문객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자유롭게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방성을 강조한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사진/조보희 기자]

개방성을 강조한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사진/조보희 기자]

큰 창문과 유리 통로를 통해 건물 바깥에서도 작품을 감상하거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조는 실내 관람객들에게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기회를 준다.

미술관 건너편 잔디밭에는 놀이터에나 있을 법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맞은편에 설치한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작품[사진/조보희 기자]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 맞은편에 설치한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작품[사진/조보희 기자]

큰길에 맞닿은 미술관 야외 앞마당에는 꽃으로 온몸을 장식한 말이 두발을 들고 포효하고 있다.

한국 작가 최정화의 작품 'FLOWER HORSE'(꽃말)이다.

이곳은 과거 일본이 군사적 용도로 말을 키우던 곳이다.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의 상징 같은 한국 작가 최정화의 꽃말. [사진/조보희 기자]

도와다 시 현대미술관의 상징 같은 한국 작가 최정화의 꽃말. [사진/조보희 기자]

말 조각 맞은편에는 아오모리 특산품인 사과를 잇달아 높이 쌓은 작품이 서 있다.

사과의 고장이란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안내 데스크가 있는 미술관 입구는 바닥이 색색의 선으로 뒤덮인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됐다.

스코틀랜드 작가 짐 램비의 작품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4m 높이의 거인 할머니 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호주 작가 론 뮤익의'노부인'이다.

주름치고 처진 피부를 비롯해 비칠 듯한 혈관과 머리카락까지 선명하게 재현돼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각도에 따라 험악하게도, 다정하게도 보이는 표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과 상상을 촉구하는 듯하다.

호주 작가 론 뮤익의'노부인'[사진/조보희 기자]

호주 작가 론 뮤익의'노부인'[사진/조보희 기자]

전시장을 이어주는 통로 밖에도 작품인지 아닌지 애매한 설치품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다.

도와다호에서 발견된 낡은 나무배가 수많은 붉은 실로 묶인 작품은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물의 기억'이다.

배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물을 건널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과 나란히 하는 느낌을 준다.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물의 기억' [사진/조보희 기자]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물의 기억' [사진/조보희 기자]

한국 작가 서도호의 '인과'는 빨강, 주황, 그리고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은 인형이 서로 목마를 타며 잔잔한 그러데이션을 그리며 샹들리에와 같은 모습을 나타낸다.

작품의 크기도 상당하지만, 마치 인체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준다.

한국 작가 서도호의'인과'[사진/조보희 기자]

한국 작가 서도호의'인과'[사진/조보희 기자]

미술관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색과 형태의 오버랩을 표현한다.

코스타리카 작가 헤레로의 작품이다.
 

계단을 장식한 코스타리카 작가 헤레로의 작품 [사진/조보희 기자]

계단을 장식한 코스타리카 작가 헤레로의 작품 [사진/조보희 기자]

도와다 시 인구는 6만여 명이다. 그런데 이 지역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연간 1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건축물과 어울리는 상설전시물은 고즈넉한 도시에 생기를 더하고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 '샤갈' 작품으로 유명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은 마르크 샤갈과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들로 유명하다.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은 인근 산나이 마루야마 유적 발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오키 준의 작품이다.

기하학적으로 파놓은 큰 흙 도랑에 요철 모양의 흰 구조체가 덮여 있는 구조로 대담하게 설계됐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사진/조보희 기자]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사진/조보희 기자]

'알레코홀'

  미술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가로 21m 세로 21m 높이 19m의 '알레코홀'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그린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 4점(1점당 길이 9m, 너비 15m)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현재의 벨라루스)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망명한 미국에서 '발레 시어터'(현재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이다.

마르크 샤갈이 그린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 제2막(오른쪽)과 제3막 [사진/조보희 기자]

마르크 샤갈이 그린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 제2막(오른쪽)과 제3막 [사진/조보희 기자]

4점 중 제1막 '달빛 아래의 알레코와 젬피라', 제2막 '카니발', 제4막'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환상' 등 3점은 1994년 아오모리현이 작품당 5억엔씩, 모두 15억엔을 주고 샀다고 한다.

제3막 '어느 여름날 오후의 밀밭'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품으로 장기 대여해 전시 중이다.

'알레코홀'은 5층 높이의 천고가 있어 울림이 탁월하고 아늑해 연주회 장소로도 자주 사용된다.

마르크 샤갈이 그린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 제1막(왼쪽)과 제4막 [사진/조보희 기자]

마르크 샤갈이 그린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 제1막(왼쪽)과 제4막 [사진/조보희 기자]

'아오모리 개' 

'아오모리 개'라는 제목의 작품은 미술관 서쪽 옥외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거대한 개 형상의 작품이다.

높이 약 8.5m, 가로 폭 약 6.7m의 이 입체 작품은 아오모리현 출신의 화가 나라 요시토모 작품이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에서는 1998년부터 요시토모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해 170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표정을 바꾸며, 마치 대불처럼 보는 이를 포용하는 매력을 지녔다.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아오모리 개' [사진/조보희 기자]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아오모리 개' [사진/조보희 기자]

'팔각당(八角堂)' 

미술관 남쪽 부지에는 나라 요시토모의 또 다른 입체 작품이 있다.

높이 약 6m의 동상 '숲의 아이'.

이 작품은 요시토모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된 벽돌 건물 '팔각당' 안에 설치되어 있다.

나라 요시토모의 '숲의 아이' [사진/조보희 기자]

나라 요시토모의 '숲의 아이' [사진/조보희 기자]

아오모리는 미술관 투어로 연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한적한 지방 소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멋진 미술관들을 자리 잡게 한 지자체 발상의 전환이 놀랍다.

jo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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