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30년간 이어온 장학금 기부, 이제 제자와 함께"
송고시간2023-04-02 09:05
장학재단 운영하는 장기운 명예교수·임재신씨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어릴 때부터 꿈꾸던 장학사업을 제자와 함께하니 두배로 기쁩니다."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생물환경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8년 정년퇴임을 한 장기운(82) 명예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주름이 깊게 팬 얼굴로 뿌듯한 표정을 연신 지었다.
어린 시절 장 교수의 꿈은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공부한 그는 해외 유학까지 경험하면서 누구보다 장학금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1984년 충남대 교수로 임용됐을 때부터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장 교수는 각종 수당, 특강료, 논문 심사료 등 주머니 속에 들어온 돈을 지폐 한장부터 조금씩 모았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돈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몇천원 단위도 나에게는 대단히 큰 액수였다"면서 "막연하게 시작했지만,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1993년 5월 20일 성모여고 학생 2명에게 처음으로 학비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목표는 더욱 확실해졌다.
그렇게 23년간 차곡차곡 모은 돈은 1억8천만원.
장 교수는 이 돈으로 기금을 조성한 뒤 지난 2009년 자신의 호를 딴 '초전(草田) 문하생 장학회'를 제자들과 함께 설립했다.
장 교수는 "제대로 기금을 모으지도 못한 처지였지만 장학사업에 대한 마음의 불꽃이 꺼질까 봐 본격적인 후원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장학기금으로 충남대학교 학생 2명에게 한 학기 등록금을 전달했고 고등학교 후배 1명에게도 200만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해도 빼먹지 않고 등록금 지원 협약을 맺은 충남대학교와 모교 고려대학교에 각각 300만원과 4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한국토양비료학회에서 주최하는 토양조사경연대회 우수 학생을 선발해 2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고, 천주교 재단 아동 보호시설에도 기부를 이어오는 중이다.
30년간 장학금을 전달해온 그에게 몇 년 전 더 큰 행복이 생겼다.
제자가 그의 선행에 동참하고 싶다며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장 교수의 제자 임재신(58)씨는 2020년부터 1억 3천만원을 장학회에 넣고 함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임씨는 "1989년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가족처럼 붙어 있으며 장학재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연스럽게 지켜봤다"며 "제자로서 당연히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년 1천500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재단 이름으로 전달하고 있다.
임씨는 이밖에 효 문화 계승을 위해 사비를 털어 600만원을 추가로 기부한다.
그는 "특별한 참여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승에게 배운 기부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임씨 소유 회사 직원이 스스로 매달 10만원씩 모으며 장학회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도 알려왔다.
임씨는 "장학회 활동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스승과 제자에게는 목표가 있다.
6~7년 안에 20억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임씨는 "아직 큰 목표고 쉽지 않지만 처음 장 교수님이 작은 돈을 모아왔던 것처럼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수님과 건강하게 재단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장 교수도 "작은 씨앗을 제자가 이어받아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후학들이 온 세상과 인류에게 유익을 안겨주는 홍익인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psykim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4/02 09: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