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연구 선구자"…류정렬 명예교수 별세(종합)
송고시간2023-03-31 17:05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한국에서 중동 연구는 1965년 한국외대 아랍어과가 생기면서 본격화됐다. 한국 최초의 중동 연구기관은 1966년에 설립된 한국중동아프리카연구원이었다.
1965년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로 부임했고, 1966년 한국중동아프리카연구원장을 맡는 등 한국 내 중동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류정렬(柳正烈)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29일 오후 11시40분께 고려대안암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31일 전했다. 향년 89세(만)
1933년 9월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다니다 6·25 전쟁 후 미국 유학을 떠났다. 처음엔 철학을 공부하다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 워싱턴주립대를 졸업한 뒤 조지타운대와 아메리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 주제는 6·25 전쟁이었다. 1961∼1965년 이집트 카이로 아메리칸대 정치학과 교수로 있다가 1965년 한국외대에 아랍어과가 생기고 나서 귀국했다.
아랍어과 '65학번'인 이두선 한국외대 아랍어과 명예교수는 "학과가 생겼을 때는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아랍어를 배운 최의원 교수님밖에 없었는데, 얼마 후에 류 교수님이 부임하셔서 학과장을 맡으셨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동기인 송경숙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고인은 1967년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중동 정치론과 국제정치를 가르쳤다. 한국외대 국제사정연구소, 중동연구소 등을 창설하고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1966∼2007년 한국중동아프리카연구원장 및 이사장을 맡았다.
송경숙 교수는 "아직 한국에 '중동 연구'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부터 연구하고 가르치신 분"이라고 말했고, 이두선 교수도 "한국에서 중동학이나 중동 정치를 맨 처음에 연구하신 분"이라고 했다.
외교 현장에서도 공을 세웠다. 1970년, 1974년, 1991년 유엔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고, 1965∼1976년 요르단 명예영사, 1971년 한-아랍친선협회 회장 및 1976년 이사장, 1979년 한국중동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한국과 중동 국가 간 관계 증진에 이바지했다.
유족으론 부인 이영인(서예가·매듭공예가)씨와 사이에 1남1녀(류미향<트리뷰트에너지 물류팀 부사장>·류재훈(트리뷰트에너지 사장>)와 며느리 양소영(메달리언 글로벌 사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실(4월1일 오전 10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4월3일 오전 8시, 장지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 070-78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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