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심상찮은 북러관계 밀착 적극 추적하고 대응해야
송고시간2023-03-31 15:51
(서울=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밀착 흐름이 심상치 않다. 미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을 주는 대가로 추가로 탄약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추가 탄약 확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새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도 이날 러시아에 북한 무기를 판매하려고 시도한 슬로바키아 국적의 남성을 제재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작년 12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인 와그너 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을 판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중상모략이라고 이를 부인하자 지난 1월에는 백악관이 직접 나서 북한을 드나드는 러시아 화물열차를 찍은 두 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의용군을 파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인터넷 매체인 '루스카야 베스나'(러시아의 봄)는 30일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북한 의용군 부대가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일컫는 용어다. 매달 1만∼1만5천명의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익명의 러시아군 총참모부 소속 장교의 언급도 포함돼 있다. 아직 러시아 유력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어 보도 내용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가 급속히 밀착 조짐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총회에서 러시아를 두둔한 극히 일부 국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와 매우 밀접한 벨라루스, 시리아를 빼면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총회 결의안에 반대한 건 북한과 에리트레아뿐이었다. 이처럼 북한이 적극 러시아의 편에 선 것은 전략적인 계산 때문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 제재망을 뚫고 각국의 공조를 이완시키기 위해 러시아의 다급함을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러 간 접근이 한반도 정세에 또 다른 부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북러 관계가 급속히 밀착해지면 북핵 문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유엔이 사실상 무기력하게 된 것도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두둔 탓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점이 노출된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끌수록 북한의 입김은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환경 조성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북러 관계 밀착 조짐을 세밀히 추적하고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한러 관계의 지렛대를 십분 활용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급속한 북러 관계 밀착이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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