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천안 여성 기업대표들의 그룹홈 후원 "엄마의 마음으로"
송고시간2023-05-20 09:05
"정이 고픈 아이들의 정서적 허전함 채워주려 노력"
(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물질적인 지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보다 많이 해주지만, 의지할 곳 없는 외딴섬과 같은 느낌이 드는 정서적인 허전함을 채워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마디로 이 아이들은 정(情)이 고픈 거죠."
충남 천안의 여성 기업대표들로 이뤄진 '1사1그룹홈' 이경희 회장(56)은 20일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전했다.
후원자 모임이 그룹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6년 2월 천안지역 여성기업 대표와 아동그룹홈을 일대일로 결연하는 서비스 연계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11개 기업 대표가 11개 그룹홈과 연계해 8년째 후원 활동을 이어 왔다.
올해부터는 회원이 5명 추가돼 16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후원시설도 아동그룹홈 외에 장애인그룹홈까지 넓혀 13곳이다.
회원 13명이 각각 시설 1곳씩을 맡고, 나머지 회원 3명은 후원자로 참여한다.
이 회장 외에 이영미 세무법인자연 대표, 김경욱 대부상사 대표, 이정구 케이엠에프 대표, 최옥분 사임당화장품 대표,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 강미정 성일상사 대표, 박향순 Y갤러리 대표, 박난옥 글로벌여행사 대표, 김영숙 민영공조 대표, 이기자 세무법인광화문 대표, 이은영 디지털 대표, 문정원 신세계스텐 대표, 이인희 학화할머니호두과자 대표, 정지숙 정지숙플라워아트 대표, 김인희 오송 대표 등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1사1그룹홈 3대 회장인 이 회장은 ㈜케이원보안시스템 대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자녀 1명을 둔 이 회장은 "여성으로서,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자는 생각에서 후원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을철에 한마음체육대회, 초겨울에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하며, 명절 후원 물품 전달과 함께 연중 수시로 결연한 그룹홈에 생필품을 지원한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각 그룹홈에 과자 선물 세트를 전달했다.
이런 물질적 지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룹홈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찾아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다.
회원마다 차이가 있어 회사 경영에 바쁜 회원은 2∼3개월에 한 번, 시간적 여유가 있는 회원은 1주일에 2∼3회씩 찾아 센터장이나 아이들과 식사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 해결책을 찾는다.
한 달에 한 번가량 그룹홈을 찾는다는 이 회장은 "그룹홈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얘기할 곳이 없고, 진로와 관련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이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결연한 그룹홈은 중학교 2학년생부터 대학생까지 5명이 살고 있다. 센터장 1명과 보육교사 2명 등 3명이 이들을 돌본다.
이 회장은 "우리 애는 나와 싸우더라도 엄마니까 곧 화해하거나 돌아갈 집이 있지만, 이 아이들은 시설 센터장이나 보육교사와 잘 맞지 않으면 돌아갈 곳이 없다"며 "제때 사랑을 받지 못해 눈치 보는 것도 많고, 자기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할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그룹홈 아이들이 자립할 때가 됐을 때 취업과 진로상담을 해주는 데는 다른 후원 모임보다 이점이 있다.
회원 중 한명인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는 천안시 자립 준비 청년의 취업 지원을 위해 지역사회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취업 연계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연계된 시설 아동의 보호 종료 시점에 가져가게 되는 디딤씨앗통장 후원자 모집에도 힘을 쏟는다.
이 회장은 "그룹홈의 후원금이 500만원이면 정부 지원금도 500만원이 나와 총 1천만원이 되는 것"이라며 "보호 종료 청년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립해서 나가게 되는 청년들이 처음 하는 일이 이름이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일"이라며 "그만큼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데 대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업 규모도 줄어들고 있지만 후원 활동을 줄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평소 아동뿐만 아니라 장애인 봉사 활동도 많이 해 왔다"며 "장애인이 된 것이 그들의 책임이 아닌 만큼, 건강이라는 행운을 받은 내가 봉사활동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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