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단의목소리' 정해나 작가 "신의 사랑에서 예외인 이들 그려"
송고시간2023-09-18 07:19
개신교 사회 속 성소수자 이야기 그려 부천만화대상 신인상 받아
(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개신교 목회자 가정에서 자랐어요. 신은 세상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며, 신도들도 이웃을 사랑하라고 교육받았는데 거기에서 예외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때 생긴 마음속 질문과 혼란을 그리고 싶었어요."

(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3년 부천만화대상 신인만화상을 받은 '요나단의 목소리'의 정해나 작가가 17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9.17 heeva@yna.co.kr
개신교 가정에서 자라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요나단의 목소리'로 올해 부천만화대상 신인만화상을 받은 정해나 작가는 17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요나단의 목소리'는 기독교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목사의 아들인 윤선우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은 담담하게 그린 만화다.
독특한 제목은 성경 속 다윗과 요나단에서 따왔다.
주인공 선우가 최다윗이라는 이름의 친구를 자기 목숨처럼 사랑한 데 착안한 것이다.
정 작가는 "다윗이라는 등장인물 이름을 제일 먼저 지었다"며 "자연히 성서에 나오는 절친 조합인 다윗과 요나단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많이들 선우만 요나단으로 해석하는데, 저는 선우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주영, 의영 모두 각자의 다윗을 사랑하는 요나단으로 상정하고 그렸다"고 덧붙였다.
목소리도 작품 전반에서 중요하게 등장한다.
작품 내내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던 선우는 후반부에 사고로 미성을 잃는다.
그는 "선우의 목소리는 떨쳐낼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타고난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만 떨칠 수 있고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작품 전체적으로는 목소리가 인물의 진심을 뜻한다"며 "진심은 마음에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발발해야만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주요 서술자는 선우의 룸메이트이자 무교인 의영이다.
정 작가는 "개신교를 접한 적 없는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며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비기독교 독자와 같은 출발선상의 내레이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의영 덕분에 기독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지켜보고 공감하게 된다.
다만, 수많은 갈등과 번뇌 속에서도 선우 등이 자신의 신앙을 놓지 않는 점은 비종교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종교와 신앙은 별개로 생각할 수 있다"며 "선우와 주영이는 종교에서는 벗어나지만, 신앙은 완벽히 버리지 못한다. 아까 이야기한 떨쳐내기 힘든 타고난 것과도 같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요나단의 목소리'는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 등 주요 웹툰 플랫폼에서 선보인 작품이 아니다.
2018년 오픈 웹툰 플랫폼인 딜리헙에서 자유 연재했고, 현재는 기독교 세계관 웹툰 플랫폼 에끌툰에서도 공개 중이다.
정 작가는 "소재나 전개, 페이지 연출 측면에서 상업 플랫폼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생업을 병행하면서 자유 연재하기에는 딜리헙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200쪽짜리 단권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점점 페이지가 늘어나서 1천페이지짜리가 됐다"며 "3년간 연재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길게는 석 달씩 연재하지 않기도 했는데, 독자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개신교인이 말하는 사랑이 가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사랑은 폭력과 같이 오는데, 틀린 사랑의 방식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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