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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8:23 [D스토리] "총알 배송 시대에"…약 받으러 비행기 타고 서울 오라고?

[D스토리] "총알 배송 시대에"…약 받으러 비행기 타고 서울 오라고?

송고시간2020-0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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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퍼파덱스는 폐 이식 수술에서 기증자의 폐 적출 시 반드시 필요한 약품입니다.

국내에 동일대체 성분의 의약품이 없는 수입품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약품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수술병원으로 약품을 갖다줬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겁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신분을 증명한 후 약품을 직접 수령해 병원에 갖다주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부산에서 폐 이식을 받아야 한다면, 환자 측이 서울에서 약품을 수령해 양산부산대병원에 직접 갖다주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

의료진들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는 "대부분의 이식 대상자들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거나 아니면 에크모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2~3주 있으면서 약을 사러 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참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양산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김도형 교수는 "지방에서 퍼파덱스를 사기 위해서는 24시간 정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장기기증이 발생하고 24시간 이내에 폐 이식이 진행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제도로는 퍼파덱스를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식약처 산하기관으로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희귀의약품 등을 공급하는 법인입니다.

과거엔 의약품 운송을 택배업체에 위탁했지만 2018년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약품을 택배로 배송하는 것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또 의약품의 택배 배송이 약사법 50조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대한약사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환자 분포에 따라 전국에 지역거점 약국을 선정·운영하고, 일부 의약품에 대해 지방 환자들이 거점약국에서 복약 상담을 받고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특별한 관리가 필요했던 주사제, 생물학적 제재, 의료용 대마 등은 먼저 의약품 전문운송업체를 통해 공급될 수 있도록 배송체계를 개선해 2019년 3월부터 의약품 위탁배송 시범사업을 운영해 온 것입니다.

센터는 환자와 의료진으로부터 얻은 긍정적인 반응을 토대로 2020년에도 지역거점센터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예산확보를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식약처로부터 2020년 위탁배송 사업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174개 품목에 해당하는 희귀의약품, 국가필수의약품 등은 환자가 직접 수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관계자는 "작년에 저희가 일단 자체 재원으로 진행을 했다"면서 "저희가 2020년에도 그걸 저희 자체 재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안돼서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줘야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반영이 전혀 안 되어서 결과적으로 환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유감스럽지만, 지금은 그 사업을 돈이 없어서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에 존재했던 자체 재원이 2020년에는 사라졌다는 센터 측의 설명.

올해 식약처에서 지정한 희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 등은 2019년 기준으로 174가지에 달합니다.

폐 이식 환자 외에도 뇌전증 등 수많은 환자가 약을 직접 수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는 비단 환자 측의 불편함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센터에서 취급하고 있는 의약품들은 특정 온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거나 파손이나 변질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환자가 직접 가져갈 경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김아네스 코디네이터는 "국내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귀중한 약품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이송하라고 하는 것과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나 보호자가 고스란히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2월 29일은 유럽의 귀질환기구에서 제정한 '세계 희소병의 날'입니다.

2월 29일이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윤년의 희귀성에서 착안해 제정된 세계 희소병의 날은 치료가 힘든 희소질환과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희소질환은 단어가 의미하는 대로 질환이 드물고 알려지지 않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자가 2013년 60만명에서 2016년 100만명으로 증가했고 등록 질환은 1천여종에 달하고 있어 이제는 결코 남의 질병만은 아닙니다.

로켓배송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빠른 배송이 일상이 된 요즘.

식약처가 환자들을 나 몰라라 하고 위법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특수의약품 배송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절실해 보입니다.

왕지웅 기자 손인하 인턴기자 / 내레이션 송지영

jw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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