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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3:48 [이슈 컷] 고통 없는 죽음 vs 신의 영역 도전장…다시 불붙는 존엄사 논쟁

[이슈 컷] 고통 없는 죽음 vs 신의 영역 도전장…다시 불붙는 존엄사 논쟁

송고시간2020-09-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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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여보, 편히 쉬어. 죄는 내가 다 안고 갈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진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 살인죄로 기소된 50대 이씨.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는데요. 아내가 평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게 이씨의 주장. 하지만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고 합법적 방법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중형을 구형했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임종을 앞둔 환자가 일명 '존엄사'를 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처럼 생명 연장에 필요한 시술을 멈추는 방법으로 이뤄지는데요. 환자가 사전에 관련 서류를 내거나 가족 동의를 받을 경우에 가능합니다.

약 2년 반 동안 이 제도를 통해 삶을 마감한 사람은 약 11만 명. 그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미리 준비한 이는 74만여명으로 성인인구의 2%도 안 돼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선 사전적 정의의 통일이 시급한데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상 '존엄사', '안락사'는 존재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설명하지만, 단어를 쓰는 사람마다 의미는 제각각입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을 지낸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안락사는 어떤 형태로든지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중 연명의료 중지와 (의료진) 조력사망을 묶어서 존엄사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쪽에선 연명치료 중단을 넘어 약물, 기구 등 의료진 도움을 받는 '조력 사망'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기약 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헤아려 자기결정권 행사 시점 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이사를 맡고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연명의료결정법'보다 일반적인 '존엄사법'을 만들어 관련 사항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칫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키고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큽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은 "치매 등으로 병약한 노인들이 우리 주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많이 누워계신다"며 "조력 사망을 받아들인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그런 분들도 빨리 돌아가시게 하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논쟁을 일으키는 대목.

현재 스위스는 일정 조건하에 행해지는 '조력 사망'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데요. 전신 마비 환자가 이를 이용하도록 도움을 준 이탈리아 활동가가 무죄를 받는가 하면, 뉴질랜드는 스위스처럼 하자는 '생명 종식 선택 법안'이 다음 달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루게릭병 환자의 요청에 따라 죽음을 도운 의사가 체포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권리가 먼저냐, 윤리가 먼저냐' 입장은 서로 달라도 '평소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중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에서 죽음을 무조건 터부시하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한 번쯤 차분히 '웰다잉' 문제를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평상시 가족들에게 알린다든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둠으로써 임종기 연명의료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놓고, 그 과정에서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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